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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석의 기술 해부 · 2026-07-23

모나리자를 그리랬더니, 웬 설명서만... AI 그림 실력의 민낯

정우석글 · 정우석

최신 AI에게 모나리자를 그리라고 시키는 엉뚱한 실험이 화제입니다. 그림 대신 장문의 설명서가 나왔는데, 사실 이 '설명서'에 AI의 진짜 실력과 미래가 숨어 있습니다.

모나리자를 그리랬더니, 웬 설명서만... AI 그림 실력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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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구가 바뀌면 일하는 방식이 바뀔 뿐, 일 자체가 사라지진 않습니다. 물론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힘들어지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동료 엔지니어 하나가 AI 채팅창에 '모나리자를 색연필로 그려줘'라고 썼다가 웬 그림 설명서만 잔뜩 받아들고 어이없어하는 걸 봤습니다. 코드를 짜달랬더니 코드 짜는 법을 알려주는 꼴이죠. 처음엔 저도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받아든 '설명서'를 꼼꼼히 뜯어보니, 이거 생각보다 흥미로운 구석이 많았습니다. 그냥 그림 그리는 법을 요약한 게 아니었습니다. 어떤 색연필을 고를지, 어느 부분부터 어떤 순서로 칠할지, 그 유명한 '스푸마토' 기법은 어떻게 구현할지, 거의 미술 과외 선생처럼 단계별로 지시하고 있었습니다.

요즘 AI 커뮤니티에서 이게 유행입니다. 그림 그리는 AI가 아니라, 글 쓰는 AI에게 복잡한 그림을 '말로 설명'시켜보는 겁니다. 오픈AI의 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구글의 제미나이 같은 거대 언어 모델(LLM)들을 한 줄로 세워놓고 일종의 '말'빨 대결을 시키는 셈입니다. 이 엉뚱해 보이는 실험이 왜 중요할까요? AI가 그림을 직접 그리는 것보다, 그림 그리는 법을 제대로 설명하는 게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엔 AI의 ‘보이지 않는 실력’, 즉 복잡한 세상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AI의 '보이지 않는 그림 실력'이란 무엇인가

우리는 보통 AI가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미드저니나 스테이블 디퓨전 같은 이미지 생성 모델을 떠올립니다. 키워드 몇 개 던져주면 뚝딱하고 환상적인 그림을 내놓는 AI들이죠. 하지만 이번 실험에 등판한 선수들은 다릅니다. 이들은 LLM(Large Language Model), 쉽게 말해 사람 말을 흉내 내서 문장을 만들어내는 AI입니다. 이들의 본업은 그림 그리기가 아니라 글쓰기, 대화, 요약 같은 언어 작업입니다.

이런 AI에게 그림 그리는 법을 설명시킨다는 건 뭘 의미할까요? 비유하자면, 요리사와 요리책 저자의 차이입니다. 뛰어난 요리사는 감각적으로 멋진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요리책 저자는 요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도 따라 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논리적인 단계로 나누고, 재료의 양과 불 조절 시간까지 정확하게 계량해서 알려줘야 합니다. 여기에는 요리 자체에 대한 이해를 넘어, 과정을 분석하고 구조화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LLM이 모나리자 그리는 법을 설명하는 것은 바로 이 '요리책 저자'의 능력에 해당합니다. 이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최소한 세 가지 능력이 필요합니다.

  1. 지식 통합 능력: 모나리자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이라는 사실, 르네상스 시대의 그림이라는 배경지식, 다빈치가 즐겨 썼던 '스푸마토(경계선을 흐릿하게 처리해 신비감을 주는 기법)'가 무엇인지 등 예술, 역사, 기술 지식을 총망라해야 합니다.
  2. 시각적 개념 이해: '신비로운 미소', '아련한 배경', '부드러운 명암' 같은 추상적인 시각적 표현을 이해하고, 이를 구체적인 색연필 사용법으로 번역해야 합니다. '황토색과 연갈색을 겹쳐 칠해 부드러운 피부톤을 만드세요'처럼 말입니다.
  3. 절차적 추론 능력: 그림 그리기라는 복합적이고 비선형적인 과정을, 초보자도 따라 할 수 있는 선형적인 단계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1단계: 스케치, 2단계: 밑색 칠하기, 3단계: 명암 넣기...' 같은 순서를 논리적으로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엔지니어링에서 말하는 알고리즘 설계 능력과도 통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결국 '설명서'의 수준은 이 세 가지 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바로미터가 됩니다. 단순히 인터넷 정보를 긁어모아 요약하는 수준을 넘어, 지식을 소화해서 자신만의 논리로 재구조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LLM의 '보이지 않는 실력'의 정체입니다.

선수 입장: GPT, 클로드, 제미나이, 그록의 실력 비교

이번 '드로잉 아레나'에 출전한 선수들의 성적표는 모델별 철학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저도 며칠 붙여서 비슷한 질문들을 던져봤는데, 결과는 알려진 것과 대동소이했습니다.

먼저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GPT 최신 모델(커뮤니티에선 GPT-5.6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은 정말 '족집게 미술 과외 선생' 같았습니다. 단순히 순서만 나열하는 게 아니라,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어떤 도구를 써야 하는지, 초보자가 할 법한 실수는 무엇인지까지 짚어줍니다. 예를 들어 스푸마토 기법을 설명할 때, 그냥 '경계를 문지르세요'가 아니라 '힘을 빼고 연필을 눕혀서 색을 여러 번 겹쳐 올린다는 느낌으로 칠하세요. 이때 면봉이나 찰필을 사용하면 더 자연스럽습니다'라며 구체적인 노하우를 전수합니다. 전체적인 설명의 일관성이나 전문성에서 단연 돋보였습니다.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깐깐한 모범생이 쓴 교과서'에 가깝습니다. GPT처럼 살가운 팁을 주진 않지만, 전체 과정을 매우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분해해서 제시합니다. 빠뜨리는 부분 없이 꼼꼼하게 각 단계를 정의하고, 필요한 색상 목록을 표로 정리해주는 등 엔지니어인 제 입장에선 오히려 더 신뢰가 가는 구석도 있었습니다. 다만 '예술적 감성'이나 '창의적 표현' 같은 부분에선 다소 건조한 느낌을 줍니다.

구글의 제미나이는 '용두사미 발표자' 같았습니다. 초반 구도 잡기나 스케치 단계에서는 그럴듯한 설명을 내놓다가, 그림의 핵심인 모나리자의 미소나 배경의 깊이감을 표현하는 대목으로 가면 '인물의 표정을 자연스럽게 묘사하세요'처럼 갑자기 일반론으로 후퇴합니다.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지 못하고 두루술 넘어가려는 인상이었습니다. 아직은 복잡한 뉘앙스를 끝까지 파고드는 힘이 부족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xAI의 그록은 '아이디어만 넘치는 괴짜 동료'를 떠올리게 합니다. '모나리자의 배경에 화성을 그려 넣는 건 어떨까요?' 같은 엉뚱하고 창의적인 제안을 툭툭 던집니다. 재미는 있지만, '모나리자를 색연필로 그리는 법'이라는 원래 질문의 의도와는 거리가 멉니다. 정확성이나 실용성 면에서는 가장 낮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네 모델의 특징을 비유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모델비유강점약점
GPT (최신)족집게 미술 과외 선생구체적인 단계별 노하우, 기법에 대한 깊은 설명때로 지나치게 말이 많고 장황하게 느껴질 수 있음
Claude모범생의 교과서탁월한 체계성, 논리적인 구조, 정보의 정확성예술적 뉘앙스나 감성적인 조언이 부족함
Gemini용두사미 발표자도입부는 무난하고 전체적인 틀을 잘 잡음핵심적인 디테일이 부족하고, 어려운 부분은 일반론으로 회피함
Grok아이디어만 많은 괴짜 동료예상치 못한 창의적인 접근, 유머러스함실용성, 정확성, 일관성이 현저히 떨어짐

데자뷔: 4세대 언어와 노코드의 그림자

이 상황을 보고 있자니, 1980~90년대 소프트웨어 업계를 휩쓸었던 '4세대 언어(4GL)'와 'CASE 도구' 열풍이 떠오릅니다. 당시에도 업계는 '이제 코딩을 몰라도 누구나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습니다. 화면에 메뉴와 버튼을 배치하고 선으로 연결하기만 하면 데이터베이스 관리 프로그램이 뚝딱 만들어진다는 식이었죠. 저도 신입 시절, 선배들이 쓰다 버린 두꺼운 CASE 도구 매뉴얼을 구경한 기억이 납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물론 간단한 재고 관리나 고객 명단 프로그램 정도는 만들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요구사항이 조금만 복잡해지거나, 기존에 없던 기능을 추가해야 하는 순간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정해진 틀을 벗어나는 순간, 도구는 무용지물이 됐고 결국 엔지니어들이 다시 C언어나 코볼로 한 땀 한 땀 코드를 짜야 했습니다.

최근 유행하는 '노코드(No-Code)'나 '로우코드(Low-code)' 플랫폼도 본질은 같습니다. 코딩 없이 웹사이트나 앱을 만들게 해주겠다며 많은 스타트업이 등장했고, 실제로 간단한 쇼핑몰이나 예약 페이지는 누구나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입니다. 사업이 커지고 기능이 복잡해지면 결국 '코드로 내보내기' 버튼을 누르거나, 개발자를 새로 고용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립니다.

LLM에게 '모나리자 그리는 법'을 물어보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우리는 AI가 복잡한 '어떻게'의 과정을 모두 처리해주길 기대합니다. 사용자는 그저 '무엇을' 원하는지만 말하면 되는 세상을 꿈꾸는 것이죠. 하지만 역사는 반복됩니다. 이런 도구들은 정형화된 작업, 즉 '모범 답안'이 있는 문제에선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만, 독창적인 해결책이나 미묘한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선 여전히 인간 전문가의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 하나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AI가 모든 것을 다 해줄 것'이라는 착각입니다. 4세대 언어가 프로그래머를 없애지 못했듯, LLM이 만든 '설명서' 역시 미술 교사나 예술가를 대체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그 설명서를 보고 정말 제대로 된 설명인지 '판단'하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변형'하고, 설명서에 없는 '영감'을 불어넣는 전문가의 가치를 더욱 부각시킬 뿐입니다.

그래서, 이게 어디에 쓸모가 있나

모나리자 그리기 대결이 단순한 기술 자랑이나 유희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 능력이 실제로 어디에 쓸모가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그림 그리는 법을 설명하는 능력'은 생각보다 응용 분야가 넓습니다.

첫째, 교육 및 훈련 분야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기존의 동영상 강의나 교과서는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내용을 전달합니다. 하지만 LLM은 개인의 수준과 질문에 맞춰 맞춤형 '설명서'를 즉석에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가령, 복잡한 기계 장비의 수리 매뉴얼을 상상해봅시다. 신입 기술자가 '엔진 오일 교체하는 법'을 물으면 기본적인 절차를, 10년차 기술자가 '특정 부품의 마모 한계치를 측정하는 정밀한 방법'을 물으면 고도의 기술 정보를 단계별로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수술 절차, 법률 문서 작성법, 심지어 신입사원 업무 인수인계서까지, 복잡한 지식을 전달하는 모든 영역에 적용 가능합니다.

둘째, 전문가들 사이의 '소통 번역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엔지니어로서 가장 힘든 순간 중 하나는 디자이너나 기획자에게 기술적인 제약을 설명하거나, 반대로 그들의 추상적인 요구사항을 구체적인 개발 스펙으로 옮길 때입니다. 고객이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의 앱'을 만들어달라고 할 때, LLM에게 이 요구를 '개발 가능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으로 번역해줘'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럼 AI는 '버튼 모서리는 8픽셀 반경으로 둥글게 처리하고, 주조색은 아이보리(#F5F5DC), 보조색은 세피아(#704214)를 사용하며, 그림자 효과는 부드럽게 적용하세요' 같은 구체적인 지시서를 만들어주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와 소통 비용이 극적으로 줄어듭니다.

셋째, 고도의 자동화 스크립트를 자연어로 생성하게 됩니다. 지금의 자동화는 '매주 월요일 9시에 보고서 발송'처럼 정해진 규칙에 따른 반복 작업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LLM의 절차적 추론 능력이 발전하면, 훨씬 복잡한 조건의 시나리오를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매 분기 실적 마감 후, 매출이 전 분기 대비 10% 이상 하락한 사업팀이 있으면, 해당 팀장에게 경고 이메일을 보내고, 원인 분석 보고서 템플릿을 자동으로 생성해서 첨부해줘' 같은 복합적인 명령을 자연어 한 문장으로 실행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오해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이 기술이 당장 그림 그리는 '손'을 대체하거나 미술 교사를 없앨 거라는 생각은 섣부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그림 그리는 법을 설명하는 '입'의 능력을 보여준 것입니다. AI가 만든 설명서를 보고 실제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며, 그 결과물의 예술적 성취 또한 온전히 사람의 것입니다. 도구는 도구일 뿐입니다.

판이 뒤집히는 게 아니라, '판돈'이 올라간다

결국 이 모든 변화가 가리키는 방향은 하나입니다. 일의 성격이 '실행(doing)'에서 '판단(judging)'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엑셀 함수를 능수능란하게 다루고 복잡한 피벗 테이블을 만드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AI에게 '올해 우리 회사 전체 매출 데이터를 지역별, 제품 카테고리별로 교차 분석하고, 가장 성장률이 높은 조합 3가지를 찾아줘. 그리고 그 원인에 대한 가설을 세워봐'라고 지시할 수 있습니다. AI는 순식간에 분석 결과와 그럴듯한 가설을 내놓을 겁니다. 이때부터 진짜 '일'이 시작됩니다. 이 분석 결과가 정말 말이 되는지, 데이터에 오류는 없는지, AI가 제시한 가설 외에 다른 변수는 없는지 '검증'하고 '판단'하는 능력, 이것이 새로운 핵심 역량이 됩니다.

모나리자 그림 설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뛰어난 예술가는 AI가 제안한 10가지의 그리기 방법론을 보고, 어떤 방식이 자신의 스타일과 맞는지, 어떤 단계는 따르고 어떤 단계는 무시할지, 어디에 자신만의 해석을 더할지 결정합니다. 이제 예술가의 역량은 붓을 놀리는 기술 그 자체보다, 수많은 가능성 중에서 최적의 경로를 선택하고 자신만의 철학을 불어넣는 '의사결정' 능력에서 더 빛을 발하게 됩니다.

단순 반복적인 지식 노동의 가치는 AI로 인해 '0'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그 AI가 쏟아내는 결과물의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리고, 방향을 제시하고, 최종 책임을 지는 '판단'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겁니다. 판이 통째로 뒤집히는 게 아닙니다. 게임의 규칙이 바뀌고, 우리가 걸어야 할 '판돈'의 단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AI에게 '정답'을 구하는 시대를 지나, AI가 제시하는 수많은 '참고답안' 중에서 최선을 고르고 나만의 '해답'을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 그리고 좋은 답을 알아보는 안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독자 여러분을 위한 Q&A

Q. 기사에 나온 'GPT-5.6'이라는 게 정말 출시된 건가요? A. 아니요, 아직입니다. 2024년 6월 현재 오픈AI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최신 모델은 GPT-4o입니다. 기사나 커뮤니티에서 언급되는 'GPT-5.6' 같은 이름은, 사용자들이 현존 최고 성능 모델에 대한 기대감과 상징성을 담아 임의로 붙인 별명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요한 것은 특정 모델의 이름이 아니라, 최신 AI 모델들이 이런 복합적인 추론 능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는 '현상'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Q. 이런 AI를 잘 쓰려면 결국 코딩을 배워야 하나요? A.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런 AI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코딩 같은 전문 기술의 장벽을 허물고, 누구나 자신의 모국어(자연어)로 컴퓨터에 복잡한 작업을 시킬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래밍 언어 구사 능력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바를 얼마나 명확하고, 구체적이며,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는 능력입니다. 좋은 코드를 짜는 능력보다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는 셈입니다.

Q. 결국 AI 때문에 단순 지식 노동자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 아닌가요? A.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 있습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정보를 정리하고, 보고서를 만들고, 매뉴얼을 작성하는 등의 '설명서 만드는 일'은 상당 부분 AI로 대체될 것입니다. 하지만 앞서 계속 강조했듯, AI가 쏟아내는 결과물을 검증하고, 여러 대안 중 최선을 선택하고, 예측하지 못한 문제에 대응하고, 최종적으로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판단'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집니다. 엑셀의 등장이 경리 직원을 없앤 게 아니라, 모든 사무직이 기본적으로 엑셀을 다루게 만든 것과 같습니다. 도구가 바뀌면 일의 방식과 핵심 역량이 바뀔 뿐, 일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물론 그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지 못하면 도태되는 것은 어떤 기술 혁신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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