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INSI

정우석의 기술 해부 · 2026-07-31

구글의 새 로봇, '전신마비'는 탈출했지만 아직은 어설픈 신입사원

정우석글 · 정우석

구글이 로봇의 전신을 제어하는 새 AI를 내놨습니다. 로봇이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일 날이 머지않았다는 소식에 떠들썩하지만, 제가 보기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중요한 기술 발전은 맞지만, '터미네이터' 걱정보다는 '월급값은 할까'를 걱정해야 할 단계입니다.

구글의 새 로봇, '전신마비'는 탈출했지만 아직은 어설픈 신입사원
공유XTelegram
우리는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가장 잘 부리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최근에 새로 산 로봇 청소기가 거실 러그에 걸려 옴짝달싹 못 하는 걸 한참 지켜봤습니다. 바퀴를 헛돌리며 '경로에 장애물이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만 반복하는데, 이걸 빼줘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되더군요. 인공지능 시대라지만, 현실의 로봇은 여전히 이런 작은 단턱 하나에 좌절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 딥마인드가 '제미나이 로보틱스 2'라는 걸출한 이름의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전신'을 제어해 인간처럼 움직이게 만든다는 소식입니다. SF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이 현실이 될 거라며 흥분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저도 며칠간 관련 영상과 논문을 찬찬히 뜯어봤습니다. 과연 이 기술이 우리 집 로봇 청소기를 구원하고, 나아가 설거지까지 해줄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기술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전신 제어'가 뭐길래 이 난리일까요

쉽게 말해, 로봇이 몸을 쓰는 법을 깨우쳤다는 뜻입니다. 이전 로봇들이 주로 팔이나 상체만 따로 움직이는 '부분 최적화'에 머물렀다면, 이번 기술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관절을 유기적으로 함께 쓰는 법을 가르칩니다. 아기가 처음엔 팔다리를 따로 허우적거리다가, 어느 순간 온몸을 써서 뒤집고 기어 다니는 법을 터득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책상 위 물건을 집는다고 생각해 봅시다. 우리는 단순히 팔만 뻗지 않습니다. 목표물을 향해 몸을 살짝 기울이고, 균형을 잡기 위해 반대쪽 다리에 힘을 주며, 시선은 컵에 고정합니다. 이 모든 동작이 무의식적으로, 통합적으로 일어납니다. '전신 제어'는 로봇에게 바로 이 능력을 주는 것입니다. 이전 로봇이 '팔 뻗기', '몸통 기울이기', '손가락 오므리기' 같은 명령어를 하나씩 조합해야 했다면, 이제는 '저 컵 좀 집어줘'라는 하나의 목표만 주면 로봇 AI가 알아서 최적의 전신 움직임을 계산해 냅니다.

구글은 이걸 '시뮬레이션-현실 전이(Sim2Real)'라는 방식으로 구현했습니다. 로봇을 바로 움직이게 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 속 가상 세계에서 수억, 수십억 번 넘어지고 부딪히게 하며 '운동신경'을 학습시키는 겁니다. 마치 비행기 조종사가 값비싼 실제 비행기를 몰기 전에 수천 시간씩 시뮬레이터에서 훈련하는 것과 같습니다. 가상 세계에서 충분히 단련된 AI 두뇌를 실제 로봇 몸체에 이식하니, 현실의 돌발 상황에서도 제법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제미나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AI의 기반은 챗GPT와 같은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입니다.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생성하는 능력을 움직임의 영역으로 확장한 셈입니다.

하드웨어 vs 소프트웨어: 테슬라와 구글의 동상이몽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입니다. 가장 유명한 선수는 단연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입니다. 공중제비를 돌고 험지를 성큼성큼 달리는 모습은 경이롭기까지 합니다. 이들은 압도적인 하드웨어 기술력으로 로봇의 물리적 한계를 계속해서 넓혀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거물은 테슬라의 '옵티머스'입니다.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를 만들던 노하우를 살려, 효율적인 모터와 배터리, 대량생산 가능한 설계를 통해 로봇의 '몸값'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공장의 노동자를 대체하는 것이 일차 목표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만드는 '수직 통합' 전략, 마치 애플과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의 전략은 조금 다릅니다. 이들은 로봇의 '몸'보다는 '뇌'에 집중합니다. 특정 로봇 하나를 만드는 대신, 어떤 로봇에든 탑재할 수 있는 범용 AI, 즉 '로봇 운영체제(OS)'를 만들려는 야심입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는 그 야심의 결과물입니다. 이는 마치 PC 시장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라는 OS로 시장을 장악한 것과 같은 전략입니다. 어떤 제조사가 PC를 만들든, 결국 뇌는 윈도우를 쓰는 것처럼 말이죠.

항목테슬라 옵티머스보스턴 다이내믹스 아틀라스구글 제미나이 로보틱스
핵심 전략하드웨어-소프트웨어 수직 통합최강의 물리적 성능 (하드웨어)범용 AI 두뇌 개발 (소프트웨어)
강점대량 생산 잠재력, 비용 효율성역동성, 안정성, 속도학습 능력, 유연성, 적응력
비유'가성비 좋은 국산차'를 직접 만드는 제조사'F1 경주용 머신'을 만드는 장인어떤 차에도 이식 가능한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사
현재 모습공장 노동자 대체 목표로 개발 중연구/특수목적용 시연다양한 로봇에 탑재 시도 중

결국 '몸이 먼저냐, 머리가 먼저냐'의 싸움입니다. 테슬라는 튼튼하고 저렴한 몸을 먼저 만들고 똑똑한 머리를 붙이려는 것이고, 구글은 아주 똑똑한 머리를 만들어 어떤 몸에든 이식하려는 것입니다. 누가 이길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이 경쟁 구도를 이해하면 앞으로의 기술 발전을 보는 재미가 쏠쏠할 겁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4세대 언어와 노코드의 추억

이런 '만능 도구'에 대한 약속은 처음이 아닙니다. 저 같은 엔지니어들은 이런 장면을 보면 데자뷔를 느낍니다. 1980년대에는 '4세대 언어(4GL)'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복잡한 코딩 없이, 영어에 가까운 몇 가지 명령어로 누구나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꿈같은 이야기였죠. 90년대에는 '케이스(CASE, Computer-Aided Software Engineering) 도구'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습니다. 역시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현실 세계의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지저분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노코드/로코드(No-Code/Low-Code)' 열풍이 불었습니다. 코딩 한 줄 없이 마우스 클릭만으로 앱이나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게 해준다는 플랫폼들입니다. 실제로 간단한 쇼핑몰이나 예약 페이지 정도는 꽤 그럴듯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도 몇 가지 서비스를 구독해서 써봤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조금만 특이한 기능을 요구하거나, 데이터가 많아져 성능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금세 한계에 부딪힙니다. 결국 밑바닥부터 코드를 짜고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개발자를 부를 수밖에 없습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가 보여주는 '범용 로봇'의 비전도 이와 비슷합니다. 정해진 환경에서 80%의 평범한 작업을 수행하는 데는 탁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항상 나머지 20%, 즉 예측하지 못한 예외 상황에서 발생합니다. 갑자기 바닥에 물이 쏟아져 있거나, 집어야 할 물건이 찌그러져 있거나, 누군가 길을 막고 비켜주지 않는 현실의 '버그'들 말입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는 분명 과거의 도구들보다 훨씬 발전한 형태의 '움직임 노코드 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물리적 과업을 해결해 줄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그래서, 이게 정말 작동합니까?

그래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게 실제로 작동하나?' 구글이 공개한 시연 영상을 보면 로봇이 컵을 집어 홀더에 꽂거나, 쓰레기를 분류해 쓰레기통에 버리는 등의 작업을 수행합니다. 분명 이전 로봇들보다 훨씬 부드럽고 '생각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동시에 아주, 아주 느립니다. 사람이 하면 2~3초면 끝날 일을 20~30초에 걸쳐 신중하게, 거의 슬로우 모션처럼 처리합니다. 보고 있으면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이는 두 가지 흔한 오해를 바로잡아 줍니다.

  1. '로봇이 당장 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다' 라는 오해: 현재 기술 수준의 로봇은 대부분의 산업 현장에서 '경제성'이 없습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한 명을 고용하는 비용과 수억 원짜리 로봇을 도입하고 유지보수하는 비용을 비교해 보면 답은 명확합니다.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고, 다재다능하며, 효율적인 '노동력'입니다. 로봇이 인간의 속도와 효율, 그리고 유연성을 따라잡으려면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1. 'AI 소프트웨어만 발전하면 만사형통이다' 라는 오해: 로봇은 결국 현실 세계와 부딪혀야 하는 존재입니다. 아무리 AI 두뇌가 똑똑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섬세한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 집는 동시에, 무거운 드릴을 쥐고 벽에 나사를 박을 수 있는 손을 만드는 것은 기계공학의 오랜 난제입니다. 한 번 충전해서 하루 종일 일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 고장 나지 않는 튼튼한 관절 등, 소프트웨어 이면에는 해결해야 할 하드웨어 문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느린 속도는 안전을 위해 의도적으로 제한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기술이 발전하면 속도는 분명 빨라질 겁니다. 하지만 '연구실의 성공'과 '현장의 성공' 사이에는 거대한 강이 흐르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판단의 값'은 오히려 올라간다

그렇다면 이런 기술 발전은 아무 의미가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앞으로 우리에게 요구되는 능력치가 무엇인지 명확히 보여줍니다. 제미나이 로보틱스 같은 기술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물리적 노동의 가치를 점차 떨어뜨릴 것입니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물건을 집어 상자에 넣는 일은 언젠가 로봇이 더 잘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 기술은 동시에 '판단'의 가치를 극적으로 끌어올립니다. 앞으로 물류창고 관리자의 역할은 직접 상자를 나르는 것이 아니라, 수십 대의 로봇에게 작업을 할당하고, 로봇이 해결하지 못하는 예외 상황을 처리하며, 전체 작업 흐름을 최적화하는 '지휘자'가 될 것입니다. '이 상자를 들어 옮겨'라는 지시를 내리는 대신, '어떤 상자를, 어떤 로봇이, 어떤 경로로 옮기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가?'를 판단하고, '로봇이 고장 났을 때의 비상 계획은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단순 육체노동은 자동화되지만, 그 자동화 시스템을 감독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개선하는 상위 레벨의 지적 노동, 즉 '판단의 값'은 오히려 올라갑니다. 이는 비단 로봇뿐만 아니라 모든 AI 기술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현상입니다. 우리는 AI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가장 잘 부리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독자가 던질 법한 질문들

Q. 그럼 이 로봇은 그냥 과대광고인가요? 제 평생 설거지 해주는 로봇은 못 보는 건가요? A. 과대광고라기보다는 중요한 연구 성과입니다. 비유하자면 라이트 형제가 처음 비행에 성공한 것과 같습니다. 날기는 했지만, 당장 대서양을 횡단하는 여객기로 쓸 수는 없었죠. 설거지 로봇이 어려운 이유는, 단순히 접시를 집는 동작 때문이 아니라 기름기가 묻은 미끄러운 그릇, 깨지기 쉬운 유리잔, 모양이 제각각인 냄비 등 수많은 변수를 처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좁고 물기 많은 주방 환경은 로봇에게 최악의 조건이죠. 결국은 나오겠지만, 하룻밤의 혁명보다는 점진적인 발전의 형태일 겁니다. 지금 쓰는 로봇 청소기의 증손자뻘쯤 되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Q. 테슬라 봇, 구글 봇, 결국 누가 이길까요? A. 승자독식 시장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PC 시장처럼 될 수 있습니다. 델이나 삼성 같은 회사가 로봇 '몸체'를 만들고, 구글 같은 회사가 '두뇌' 역할을 하는 AI 운영체제를 공급하는 형태 말입니다. 구글은 명백히 로봇계의 '마이크로소프트'를 꿈꾸고 있습니다. 반면 테슬라는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것을 장악하는 '애플'이 되려 하죠. 결국 누가 이기든, 관건은 현실 세계의 문제, 즉 '비용'과 '신뢰성'을 누가 먼저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Q. 이런 로봇이 결국 인간을 위협하는 터미네이터가 되는 것 아닌가요? A. 철학자에게 넘겨야 할 좋은 질문입니다만, 엔지니어의 시선으로 답하겠습니다. 지금 제 관심사는 '로봇이 인류를 지배할까'가 아니라 '로봇이 문고리를 부수지 않고 문을 열 수 있을까'에 가깝습니다. 우리는 스카이넷(영화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인공지능)을 걱정하기에는 너무나도 먼 거리에 있습니다. 당장 눈앞의 윤리적 문제는 로봇의 반란이 아니라,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그로 인한 경제적 불평등 심화입니다. 그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먼저 힘을 쏟아야 합니다.

이 브리핑이 유용했나요?

공유XTelegram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