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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석의 기술 해부 · 2026-10-27

명품 싹쓸이 AI, ‘광클’ 잘하는 손가락은 이제 소용없습니다

정우석글 · 정우석

중고 명품 사이트에서 벌어진 AI의 ‘사재기’ 소동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닙니다. 인간의 반복 노동을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시스템의 허점을 자율적으로 파고드는 AI 에이전트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사건입니다.

명품 싹쓸이 AI, ‘광클’ 잘하는 손가락은 이제 소용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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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우리는 기계가 할 수 없는 더 어려운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내리는 능력, 즉 ‘판단의 값’이 우리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도입: 샤넬백을 놓친 건, 제 손가락 탓이 아니었습니다

몇 달 전, 한정판 운동화를 사려고 발매 시간에 맞춰 컴퓨터 앞에 앉은 적이 있습니다. 새로고침을 누르자마자 ‘구매하기’ 버튼이 떴고, 찰나의 망설임도 없이 눌렀습니다. 하지만 화면에 뜬 것은 결제창이 아니라 ‘품절’이라는 두 글자였습니다. 발매 후 불과 2-3초 만이었습니다. 허탈한 마음에 ‘역시 나는 손이 느려 안 된다’며 자책했습니다. 주변에서도 비슷한 경험담은 흔합니다. 인기 아이돌 콘서트 티켓팅에 실패하고 PC방 아르바이트생의 신들린 손놀림을 부러워하거나, 명절 기차표 예매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식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 ‘더 리얼리얼(The RealReal)’에서 벌어진 일을 들여다보면, 이게 꼭 내 손가락 탓만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회사에서 특정 AI, 즉 인공지능이 희귀한 명품 가방을 ‘싹쓸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결국 회사는 부랴부랴 AI의 접근을 막는 조치를 내놨습니다. 제가 놓친 운동화, 당신이 놓친 콘서트 티켓 뒤에도 어쩌면 인간이 아닌 존재가 있었을지 모릅니다. 오늘은 이 사건을 통해 ‘AI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선수의 등장이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꾸고, 기술을 만드는 엔지니어들에게 어떤 숙제를 던지고 있는지 해부해 보겠습니다.

AI 에이전트, 그게 대체 뭐길래: ‘심부름꾼’과 ‘해결사’의 차이

‘AI 에이전트’라는 말이 어렵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냥 예전부터 있던 자동화 프로그램, 봇(Bot)이랑 뭐가 다른가’ 하는 의문도 듭니다. 저도 처음엔 시큰둥했습니다. 하지만 둘은 뿌리부터 다릅니다. 쉬운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 단순 봇(Bot)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만 하는 심부름꾼’입니다. “A 가게에 가서 B 과자 한 봉지를 사 와”라고 명령하면, 정확히 그 가게로 가서 그 과자만 찾습니다. 만약 A 가게가 문을 닫았거나 B 과자가 품절이면, 봇은 그 자리에서 멈춰 서서 “임무 실패”라고 보고할 뿐입니다. 다른 가게를 찾아보거나, 비슷한 C 과자를 사는 융통성은 없습니다. 정해진 시나리오(스크립트)를 벗어나는 순간 무용지물이 됩니다.
  • 반면 AI 에이전트(AI Agent)는 ‘목표를 달성해오는 해결사’에 가깝습니다. “B 과자를 구해 와”라는 목표를 주면, 스스로 계획을 세웁니다. ‘일단 A 가게를 가보고, 없으면 옆 동네 C 가게도 검색해봐야지. C 가게에도 없으면 온라인 쇼핑몰 가격을 비교하고, 정 안 되면 중고 장터에 알림이라도 걸어둬야겠다.’ 이렇게 자율적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갑니다. 웹사이트 디자인이 바뀌어 ‘구매’ 버튼 위치가 달라져도, 사람처럼 ‘아, 이게 구매 버튼이구나’라고 맥락을 이해하고 클릭할 수 있습니다.

이번 더 리얼리얼 사건에 등장한 AI가 바로 이 ‘해결사’에 해당합니다. 이 사이트에는 마음에 드는 상품을 다른 사람이 채가지 못하게 약 10분간 ‘예약(Reserve)’해두는 기능이 있었습니다. 정상적인 고객을 위한 편의 기능입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이 기능을 악용했습니다. 특정 샤넬백 페이지에 접속해 ‘예약’ 버튼을 누르고, 10분이 다 되기 직전에 예약을 풀었다가 0.1초 만에 다시 예약하는 행동을 무한 반복한 것입니다. 사실상 다른 모든 사람의 구매 기회를 원천 봉쇄한 셈입니다. 24시간 내내 지치지도 않고 이 단순 반복 작업을 실행할 수 있는 존재 앞에서, 인간의 ‘광클’ 속도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최근 LLM(Large Language Model,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생성하는 거대 언어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 덕분입니다. AI가 단순히 정해진 코드를 실행하는 것을 넘어, 웹페이지의 글과 그림을 ‘읽고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Add to Bag’이라는 텍스트, 장바구니 모양 아이콘을 보고 이것이 구매와 관련된 기능임을 추론합니다. 과거의 봇이었다면 웹사이트 개발자가 버튼의 HTML 코드 이름을 조금만 바꿔도 먹통이 됐지만, 이제는 AI가 의미를 파악해 적응해버리니 막기가 훨씬 까다로워졌습니다.

역사는 반복된다: 4세대 언어와 노코드의 데자뷔

사실 이런 ‘자동화’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엔지니어의 시선으로 보면, 이번 AI 에이전트 소동은 과거에 수없이 반복됐던 패턴의 최신 버전에 불과합니다.

1980년대에는 ‘4세대 프로그래밍 언어(4GL)’와 ‘케이스(CASE, Computer-Aided Software Engineering) 도구’가 유행했습니다. 복잡한 코딩 없이, 사람이 쓰는 말에 가까운 언어로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면 컴퓨터가 알아서 프로그램을 ‘만들어준다’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경영진은 개발자 없이도 현업 담당자가 직접 필요한 프로그램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열광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아주 단순한 보고서나 화면을 만드는 데는 유용했지만, 조금만 복잡한 비즈니스 규칙이 들어가거나 다른 시스템과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는 순간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결국 ‘자동 생성된’ 복잡하고 지저분한 코드를 수습하느라 엔지니어들이 더 큰 고통을 받았습니다.

2010년대 들어서는 ‘노코드(No-Code)’, ‘로코드(Low-Code)’ 플랫폼이 그 계보를 이었습니다. 코딩 한 줄 없이 마우스 클릭만으로 웹사이트나 앱을 만들게 해주겠다는 약속. 실제로 간단한 회사 소개 페이지나 내부 관리 도구를 만드는 데는 놀라운 생산성을 보여줬습니다. 저도 몇 가지 툴을 써서 간단한 프로젝트 관리 페이지를 며칠 만에 만든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가 몰리거나, 외부 결제 시스템을 붙이거나, 독특한 기능을 구현해야 하는 순간 벽에 부딪혔습니다. 플랫폼이 정해놓은 틀을 벗어나는 대가는 혹독했습니다. 결국 더 큰 비즈니스로 성장하려면 처음부터 다시 제대로 개발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4GL, 노코드, 그리고 오늘의 AI 에이전트는 모두 같은 꿈을 꿉니다. 인간의 ‘의도’를 기계가 알아서 파악하고 ‘실행’을 자동화하겠다는 꿈. “이런이런 데이터가 필요해”라고 말하면 보고서를 만들어주고, “이런 앱이 필요해”라고 하면 앱을 만들어주고, 이제는 “저 샤넬백을 사고 싶어”라고 하면 구매까지 대신해주는 단계에 이른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가 보여주듯, 자동화는 언제나 ‘쉬운 문제’만 해결해왔습니다.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작업은 기계의 차지였지만, 예외를 처리하고, 복잡한 맥락을 이해하고, 여러 시스템 사이의 관계를 조율하는 ‘어려운 문제’는 결국 사람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AI 에이전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버튼을 누르는 행위는 자동화했지만, ‘어떤 물건을 사야 돈이 될지’, ‘이 플랫폼의 약관을 어기지 않으면서 목적을 달성할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은 더 높은 수준의 판단은 여전히 그것을 조종하는 사람의 몫입니다.

창과 방패의 새로운 전쟁: ‘인간처럼 구는가’를 감시하다

더 리얼리얼의 대응은 앞으로 온라인 서비스 기업들이 벌여야 할 새로운 전쟁의 시작을 알립니다. 과거의 봇 방어 시스템은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기보다 ‘그물’과 ‘물고기’의 싸움에 가까웠습니다. 특정 IP 주소에서 초당 수백 번씩 요청을 보내면, 그 IP를 차단하는 식입니다.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 체크박스를 누르게 하거나, 삐뚤어진 글자를 읽게 하는 캡차(CAPTCHA)도 같은 원리입니다. 기계적인 반복 행위를 걸러내는 그물이었죠.

하지만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는 이 그물을 너무나 쉽게 빠져나갑니다. 사람처럼 천천히 클릭하고, 마우스 커서를 이리저리 움직이고, 페이지를 스크롤하며 ‘읽는 척’까지 할 수 있습니다. 여러 IP 주소를 돌아가며 접속하는 건 기본입니다. 이제 방패는 단순히 요청의 ‘양’이 아니라, 그 요청을 만들어내는 주체가 ‘인간적인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이는 플랫폼 입장에서 엄청나게 어려운 기술적 숙제입니다. 앞으로 도입될 AI 에이전트 방어 기술은 아마 다음과 같은 형태일 겁니다.

  • 행동 패턴 분석: 정상적인 사용자는 상품 사진을 여러 개 눌러보고, 상세 설명을 읽어보고, 후기도 살펴봅니다. 이런 ‘쇼핑 여정’ 없이 특정 상품 페이지로 직행해 구매(혹은 예약) 버튼만 누르는 패턴이 반복되면 의심 계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 생체 신호 분석: 마우스의 움직임 궤적, 클릭 간의 미세한 시간 차이, 키보드 입력 속도 등은 사람마다 고유한 패턴을 가집니다. 기계가 흉내 내기 어려운 이런 ‘디지털 지문’을 분석해 사람과 AI를 구분하려는 시도가 늘어날 겁니다.
  • 무작위 개입: 갑자기 예상치 못한 팝업을 띄우거나, 버튼의 디자인을 살짝 바꿔서 AI가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하는지를 테스트할 수도 있습니다. 진짜 사람이라면 약간 당황하더라도 금방 적응하지만, 덜 정교한 AI는 오류를 낼 수 있습니다.

물론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쪽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인간의 쇼핑 행동 데이터를 학습시켜 더 ‘인간처럼’ 행동하는 AI를 만들겠죠. 마우스를 일부러 비효율적으로 움직이게 하고, 페이지에 의미 없이 머무는 시간을 추가하고, 심지어 오타를 냈다가 수정하는 행동까지 흉내 낼지 모릅니다. 결국 끝없는 창과 방패의 싸움, 군비 경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구분기존 봇 방어 시스템차세대 AI 에이전트 방어 시스템
탐지 대상비정상적인 요청 빈도 (초당 수백 회 클릭 등)인간과 유사하지만 비정상적인 ‘의도적 패턴’
주요 기술IP 주소 차단, 요청 속도 제한, 캡차(CAPTCHA)행동 패턴 분석, 사용자 여정 추적, 생체 신호(마우스 움직임 등) 분석
방어의 초점‘요청’의 기계적 특성‘행동’의 비인간적 특성
한계점정상 사용자를 실수로 차단할 수 있고, 우회 수단이 많음개발 비용과 난이도가 높고, 더 정교한 AI에 의해 뚫릴 수 있음

흔한 오해 두 가지: ‘그냥 봇 아냐?’와 ‘플랫폼 책임론’에 대하여

이 지점에서 흔히 가질 수 있는 오해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첫째,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이게 뭐 대단한 거라고 AI 에이전트까지 붙이나, 그냥 똑똑한 봇이지’라는 시각입니다. 둘째, ‘애초에 시스템을 허술하게 만든 플랫폼 잘못 아니냐’는 비판입니다.

첫 번째 오해, 즉 ‘봇과 무엇이 다른가’에 대한 집착은 문제의 본질을 놓치게 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름표가 아니라 ‘능력의 차이’입니다. 기존 봇은 정해진 길만 가는 KTX 열차와 같습니다. 선로가 끊기면 멈춥니다. AI 에이전트는 목적지만 알려주면 알아서 길을 찾아가는 자율주행 택시와 같습니다. 길이 막히면 다른 길로 돌아갑니다. 이 차이 때문에 방어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KTX를 막는 것은 선로를 차단하면 되지만, 자율주행 택시를 막으려면 도시 전체의 교통 시스템을 통제해야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자율성’과 ‘적응성’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한 이상, 과거의 잣대로는 이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오해, ‘플랫폼 책임론’은 더 복잡한 문제입니다. 물론 플랫폼은 더 안전한 환경을 만들 책임이 있습니다. 하지만 더 리얼리얼의 ‘예약’ 기능처럼, 선의의 사용자에게는 매우 유용한 기능을 악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없애는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습니다. 모든 온라인 서비스는 편의성과 보안이라는 양날의 칼 위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합니다. 비밀번호를 매일 바꾸게 하면 보안은 올라가겠지만, 누구도 그 서비스를 쓰지 않을 겁니다. AI 에이전트의 등장은 이 줄타기의 난이도를 극단적으로 높여버렸습니다. 이제 플랫폼 엔지니어들은 단순히 ‘뚫리지 않는 시스템’을 넘어 ‘악용되기 어려운 시스템’을 고민해야 합니다. 기능의 명백한 허점(버그)이 아니라, 정상적인 기능들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허점까지 예측해야 하는, 훨씬 고차원적인 설계 능력이 필요해졌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판단의 값’

이 모든 기술적 공방의 끝에 무엇이 남을까요? 저는 ‘판단의 값’이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라고 봅니다. AI가 점점 더 많은 ‘실행’을 가져갈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의 ‘판단’은 더 희소해지고 중요해집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AI 에이전트가 특정 운동화를 0.1초 만에 구매하는 ‘실행’을 대신해준다고 합시다. 이제 경쟁의 핵심은 ‘누가 더 빨리 클릭하는가’가 아닙니다. 경쟁은 그 이전 단계로 옮겨갑니다.

  • 어떤 운동화가 발매 후 가격이 오를 것인가? (시장을 예측하는 판단)
  • 이 운동화를 얻기 위해 AI 에이전트 개발에 얼마까지 투자할 것인가? (자원 배분에 대한 판단)
  • AI를 이용한 구매가 발각될 위험은 없는가? 플랫폼의 정책은 무엇인가? (위험을 감수하는 판단)
  • 이 행위는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가? (윤리적 판단)

단순하고 반복적인 ‘노동’의 가치는 AI로 인해 ‘0’에 수렴하고 있습니다. 명품을 사기 위한 ‘밤샘 줄서기’나 ‘무한 새로고침’ 같은 노동 말입니다. 그 자리를 더 높은 수준의 통찰력과 전략적 사고, 즉 ‘판단’이 채우고 있습니다. 이는 비단 명품 재판매 시장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AI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시대의 개발자는 어떤 코드를 짜야 할지 ‘결정’하는 아키텍트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AI가 보고서를 써주는 시대의 직장인은 어떤 데이터로 어떤 주장을 펼칠지 ‘기획’하는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AI가 번역을 해주는 시대에는 미묘한 문화적 맥락까지 읽어내는 ‘감수’ 능력이 중요해집니다. AI 에이전트는 이런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뿐입니다. 기계가 할 수 있는 일의 영역이 넓어질수록, 우리는 기계가 할 수 없는 더 어려운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내리는 능력, 즉 ‘판단의 값’이 우리의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더 리얼리얼 사태는 그저 스쳐 지나가는 기술 뉴스가 아닙니다. 노동의 종말이 아니라, ‘값싼 노동’의 종말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의 전문성, 당신의 가치는 과연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판단’에 있는가, 라고 말입니다.

독자가 던질 법한 질문 세 가지

Q. 이런 AI 에이전트 때문에 앞으로 온라인 쇼핑이 더 힘들어지는 건가요? 제가 쓰는 할인쿠폰 자동적용 확장 프로그램 같은 것도 막히는 건가요? A. 단기적으로는 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플랫폼들이 보안을 강화하면서 일부 정상적인 자동화 도구(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 등)까지 차단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악의적인 싹쓸이 행위와 사용자의 편의를 돕는 선의의 자동화를 구분하게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여러 쇼핑몰의 가격을 비교해주거나 최적의 쿠폰을 찾아주는 에이전트는 허용하고, 재판매를 목적으로 특정 상품을 독점하려는 에이전트는 차단하는 방향으로 정책과 기술이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의도’를 파악하는 기술이 관건이 될 것입니다.

Q.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 같은 캡차(CAPTCHA)를 더 어렵게 만들면 해결되지 않나요? A. 이미 최신 AI는 웬만한 캡차를 사람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풀어냅니다. 심지어 캡차를 대신 풀어주는 유료 서비스까지 성행하고 있습니다. 캡차를 아무리 어렵게 만들어도 결국 AI 기술은 그것을 따라잡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이나 노년층 등 정상적인 사용자들만 더 큰 불편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캡차는 AI 에이전트 시대에 더 이상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행동 패턴 분석 같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것입니다.

Q. 저는 개발자입니다. AI 에이전트 시대에 대비해 무엇을 공부하면 좋을까요? A.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창’을 만드는 쪽, 즉 AI 에이전트를 개발하는 기술입니다. LLM을 활용해 웹 환경을 이해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고, 스스로 코드를 실행하는 자율 에이전트 프레임워크(예: LangChain, AutoGPT 등)를 깊이 파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른 하나는 ‘방패’를 만드는 쪽입니다. 시스템 보안, 특히 비정상 행위 탐지(Anomaly Detection), 사용자 행동 분석, 머신러닝을 이용한 사기 방지 시스템(Fraud Detection) 분야의 전문성을 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느 쪽이든, 이제는 단순히 기능 하나를 구현하는 것을 넘어, 시스템 전체의 상호작용과 사용자의 ‘의도’까지 고려하는 시야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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