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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아람의 타임라인 · 2026-08-19

AI로 떼돈 버는 빅테크, 왜 '기본소득은 나라 망하는 길'이라 외칠까

서아람글 · 서아람

AI로 일자리가 사라질 판에, 정작 AI로 돈 버는 빅테크는 '기본소득은 안 돼!'를 외치고 있어요. 이건 단순한 정책 논쟁이 아니라, AI 시대의 '세금'과 '책임'을 누가 어떻게 질 건지를 둘러싼 거대한 힘겨루기입니다.

AI로 떼돈 버는 빅테크, 왜 '기본소득은 나라 망하는 길'이라 외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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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벌어지는 논쟁은 ‘노동 대 복지’의 싸움이 아닙니다. 다음 시대의 경제 규칙을 누가 쓸 것인가를 둘러싼 ‘펜대 싸움’입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돈 많은 자들이 그 펜을 움켜쥐려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요즘 AI 때문에 난리죠. 그림도 그려주고, 글도 써주고, 코딩까지 하니까요. 이러다 내 월급은 AI가 받고, 나는 길거리에 나앉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 한 번쯤 해보셨을 거예요. 웃프죠. 그런데 더 웃픈 일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이 AI 기술을 주도하는 빅테크 기업들이 ‘보편적 기본소득(Universal Basic Income, UBI)’에 반대하는 단체를 만드는 데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는 소식이에요.

전 미 상무장관 지나 라이몬도가 차린 ‘RAISE US’라는 단체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들은 AI 시대에 기본소득을 주면 “미국의 종말”이 올 거라고, 사람들이 일할 의욕을 잃고 나라가 거덜 날 거라고 주장해요. 꽤나 살벌하죠? 그런데 이 단체의 돈줄이 바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빅테크라는 게 이 코미디의 핵심입니다. 자기들이 만든 AI 때문에 일자리가 위태로워졌는데, 그 대책으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기본소득은 ‘절대 안 된다’고 못을 박는 이 상황.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이건 그냥 정책에 대한 견해 차이로 볼 문제가 아닙니다. AI 혁명이란 거대한 파도가 만들어 낼 부(富)와 책임을 누가, 어떻게 나눠 가질지를 둘러싼 ‘쩐의 전쟁’이 시작됐다는 신호탄이죠.

RAISE US의 '착한' 제안, 속은 좀 다릅니다

물론 RAISE US가 내놓은 대안들은 겉보기엔 아주 그럴싸해요. 기본소득 같은 ‘공짜 돈’ 대신, 사람들에게 더 나은 교육과 직업 훈련을 제공하고, 낡은 인프라에 투자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자는 거죠. 누가 여기에 토를 달겠어요? 교육 좋고, 직업 훈련 좋죠. 다 맞는 말 대잔치예요.

그런데 이걸 좀 다른 각도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세요. 제가 최첨단 로봇을 만드는 공장 사장이에요. 공정을 싹 다 자동화해서 기존 직원 1000명을 전부 해고했어요. 그리고 미안하니까 이분들을 위해 ‘로봇 조립 기초반’ 야간 강좌를 개설하는 겁니다. 수강료는 물론 제가 대고요. 착한 사장님 소리 좀 듣겠죠?

하지만 이게 진짜 해결책일까요? 1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몇십 명짜리 교육 프로그램 하나 연다고 문제가 해결되나요? 애초에 그 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새로 생긴 몇 안 되는 로봇 관리직에 전부 취업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고요. RAISE US의 제안이 딱 이런 식입니다. AI가 대체할 일자리의 규모와 속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수 있어요. 사무직, 전문직 할 것 없이 전방위적이죠. 그런데 여기에 대한 해법으로 ‘코딩 배우세요’, ‘데이터 분석 공부하세요’라고 말하는 건, 몰려오는 쓰나미를 조개껍데기로 막으려는 것과 비슷해 보여요. 문제의 스케일과 해결책의 스케일이 전혀 맞지 않는 거죠.

더 중요한 건, 이 ‘착한 제안’의 돈줄이 빅테크라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중립적인 관찰자가 아니에요. AI 혁명의 가장 큰 수혜자이자, 그로 인한 사회적 혼란의 원인 제공자이기도 하죠. 그런 그들이 왜 하필 ‘직업 훈련’이라는 카드에 베팅하는 걸까요? 그 속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빅테크의 진짜 계산서: '책임'은 회피하고 '통제'는 유지하고

빅테크가 기본소득에 빡쳐서(?) 반대하는 이유는 단순히 사람들의 근로 의욕이 걱정돼서가 아닙니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차가운 계산이 깔려 있어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AI 세금'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 회피: 기본소득을 하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죠. 그 돈, 어디서 나올까요?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게 바로 ‘AI세’ 또는 ‘로봇세’입니다. AI를 통해 막대한 생산성 향상과 이익을 얻는 기업에 세금을 더 매겨서, 그 돈으로 사회 안전망을 만들자는 논리예요. 빅테크 입장에선 그야말로 악몽 같은 시나리오죠. 지금껏 규제 없는 놀이터에서 마음껏 돈을 벌었는데, 이제 와서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이익을 토해내라고 하니까요. 직업 훈련에 돈을 쓰는 건, 몇 푼의 ‘비용’으로 이 거대한 ‘세금 폭탄’을 막아보려는 고도의 전략인 셈입니다. 전세금을 올려줘야 할 판에, 도배 새로 해줄 테니 그냥 살라고 하는 집주인 같달까요.
  1. ‘통제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욕망: 만약 정부가 주도해서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준다고 상상해 보세요. 사람들은 최소한의 생계를 기업에 의존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건 곧 기업이 개인에게 휘두를 수 있는 영향력이 줄어든다는 뜻이에요. 반면 빅테크가 주도하는 ‘직업 훈련’은 어떤가요? 결국 자기들 생태계에 필요한 인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 회사 클라우드 기술 전문가 과정’, ‘우리 플랫폼용 앱 개발자 양성’ 같은 식이죠. 사회 전체를 위한 안전망이 아니라, 자기들 비즈니스에 필요한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 공장 역할을 하는 거예요. ‘도움’의 형태를 스스로 통제함으로써, 미래 사회의 주도권을 계속 손에 쥐고 싶어 하는 겁니다.
  1. '구원자 서사'를 통한 이미지 세탁: 빅테크는 지금 ‘혁신의 주역’과 ‘불평등의 원흉’이라는 두 얼굴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어요. 기본소득 논의가 커지면 후자의 이미지가 더 부각될 수밖에 없죠. “당신들 때문에 내 일자리가 사라졌으니 내 몫을 내놔라!”라는 요구가 터져 나올 테니까요. 이걸 막기 위해선 서사를 바꿔야 합니다. “AI가 불편을 드릴 수 있지만, 걱정 마세요. 우리가 여러분의 적응을 도와줄게요”라는 ‘친절한 구원자’ 프레임을 짜는 거죠. RAISE US에 대한 투자는 바로 이 구원자 서사를 구축하기 위한 수백만 달러짜리 홍보 캠페인인 셈입니다.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해결사로 포지셔닝하려는 거죠.

이처럼 빅테크의 ‘기본소득 반대, 직업 훈련 찬성’은 단순한 선의가 아닙니다. 세금은 피하고, 통제권은 유지하며, 이미지까지 챙기려는 아주 정교하게 설계된 전략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죠.

역사 속 '기술 공포'와 기득권의 반응

사실 이런 풍경, 처음 보는 게 아닙니다. 역사는 반복되거든요. 19세기 산업혁명 때를 떠올려 보세요. 방직기가 도입되면서 수많은 수공업 직물 장인들이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이들이 기계를 부수는 ‘러다이트 운동’을 벌였죠. 흔히 이들을 기술 발전을 가로막은 무지한 폭도처럼 묘사하지만, 실상은 좀 다릅니다. 그들은 단지 기계가 싫었던 게 아니에요. 기계의 등장으로 자신들의 숙련된 기술이 하루아침에 쓸모없어지고, 생계가 막막해지며, 부가 소수의 공장주에게만 쏠리는 현실에 저항했던 겁니다.

그때 공장주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요? “이익을 나눠서 실업 수당을 만듭시다”라고 했을까요? 천만에요. 그들은 노동자들을 더 낮은 임금으로 공장에 밀어 넣거나, ‘자선’이라는 이름으로 빵 몇 조각을 나눠주며 생색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뒤로는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아동 노동을 착취하며 이윤을 극대화했죠. 오늘날 빅테크의 모습이 그때 공장주들의 모습과 놀랍도록 겹쳐 보이지 않나요?

시대주도 세력파괴된 것그들의 제안진짜 속내
산업혁명공장주수공업 장인의 일자리자선, (저임금) 공장 일자리이윤 극대화, 노동 통제
AI 혁명빅테크지식 노동자의 일자리직업 훈련, 교육 투자'AI세' 회피, 생태계 통제

결국 기술 혁신의 파도를 타는 기득권층은 언제나 변화의 과실은 독차지하려 하면서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최소화하려는 경향을 보여왔습니다. 그들이 내놓는 ‘대안’이란 것도 결국 자신들의 이익과 통제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고안되기 마련이죠. 라이몬도의 RAISE US는 이 유서 깊은 패턴의 21세기 버전일 뿐입니다.

그럼 '직업 훈련'은 정말 답이 아닐까? (흔한 오해 짚기)

물론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직업 훈련이 나쁜 건 아니지 않냐? 기본소득이야말로 사람들을 게으르게 만드는 포퓰리즘 아니냐?”라고 반문하실 수 있어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이야기고, 중요한 지점입니다. 여기서 흔한 오해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해요.

오해 1: '직업 훈련만 잘 받으면 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명제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습니다. 과거 산업혁명기에는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그 기술이 보편화되고 기존 일자리를 완전히 대체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어요.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은 적응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옮겨갈 여유가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챗GPT 같은 LLM(Large Language Model,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문장을 만들어내는 거대 언어 인공지능)이 등장하고 불과 1~2년 만에 전 세계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어요. 오늘 유망하다던 직업이 내일이면 AI로 대체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 기술을 가르치는 직업 훈련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어요. 50대 회계사에게 파이선 코딩을 가르쳤는데, 3년 뒤에는 AI가 파이선 코딩을 더 잘하게 되면 어떡할 건가요? 다시 그에게 ‘AI 감시 전문가’ 교육을 시켜야 할까요? 이건 개인의 노력 문제를 넘어, 변화의 속도를 사회 시스템이 따라잡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입니다.

오해 2: '기본소득은 사람들을 일하지 않는 게으름뱅이로 만들 것이다.'

이건 거의 종교처럼 굳어진 편견인데, 실제 실험 결과들은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핀란드, 캐나다, 미국 캘리포니아 스톡턴 등에서 진행된 여러 기본소득 파일럿 프로그램들을 보면,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이 갑자기 일을 그만두고 소파에 드러눕는 일은 거의 벌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그 돈을 자녀 교육, 건강 관리, 소규모 창업 자금 등 더 나은 삶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죠. 정신 건강이 개선되고, 사회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나타났고요. 기본소득은 일을 그만두게 하는 ‘천장’이 아니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받쳐주는 ‘바닥’의 역할을 합니다. 모두에게 월급 대신 평생 놀고먹을 돈을 주자는 게 아니라, AI 때문에 길바닥에 나앉는 일은 없도록 최소한의 인간적 존엄성을 지켜주자는 사회적 합의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추적해야 할 신호들: '돈의 흐름'을 보라

자, 그럼 이 거대한 전환기 앞에서 우리는 뭘 해야 할까요? 키보드만 두드리며 갑론을박할 게 아니라, 앞으로 나타날 구체적인 신호들을 놓치지 않고 추적해야 합니다. 진짜 싸움이 어디서 벌어지는지 알려주는 단서들이거든요.

  • 'AI 세금' 논의의 향방: 앞으로 각국 정부와 의회에서 ‘AI세’, ‘데이터세’, ‘디지털 서비스세’ 같은 이름으로 빅테크의 초과 이익을 어떻게 환수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겁니다. 이때 빅테크가 어떤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어떤 논리를 펴면서 저항하는지를 주목해서 보세요. 그들의 진짜 속내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전쟁터가 될 겁니다.
  • '조건부' 지원 프로그램의 등장: 빅테크들이 ‘사회적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내놓는 프로그램들의 ‘조건’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만약 구글이 “우리 클라우드 자격증을 따면 취업을 지원해 주겠다”고 한다면, 그건 자선일까요,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일까요? 진정한 사회 안전망은 특정 기업의 생태계에 종속되지 않는, 보편적이고 조건 없는 형태여야 합니다.
  • 데이터와 AI 모델의 소유권 논쟁: 어쩌면 기본소득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일 수 있습니다. AI를 학습시킨 막대한 데이터는 어디서 왔을까요? 바로 우리 모두가 인터넷에 남긴 글, 사진, 대화입니다. 인류의 집단지성이죠. 그렇다면 이 공동의 자산으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기업들이 그 이익의 일부를 ‘데이터 배당금’ 형태로 사회에 돌려줘야 하는 건 아닐까요? ‘기본소득’이 시혜적인 느낌을 준다면, ‘시민 배당금’은 주주로서 당연한 권리를 찾는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앞으로 이 소유권과 분배에 대한 논쟁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지켜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무리: '공짜 점심'은 없지만 '정당한 몫'은 있다

빅테크가 주도하는 ‘기본소득 반대’ 캠페인은 미국을 걱정하는 고상한 우국충정이 아닙니다. AI 혁명으로 창출될 천문학적인 부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둘러싼, 지극히 현실적인 이해관계의 충돌입니다. 그들은 ‘일의 신성함’ 같은 낭만적인 가치를 내세우지만, 그 뒤에는 세금을 피하고 통제권을 유지하려는 차가운 계산이 숨어있습니다.

물론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은 아닐 겁니다. 재원 마련부터 운영 방식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죠. 하지만 AI가 인간의 지적 노동마저 대체하는 전례 없는 시대 앞에서, 과거의 해법(‘열심히 노력해서 새 기술 배우세요!’)만을 고집하는 건 무책임합니다. 적어도 기본소득을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제대로 된 사회적 토론을 시작해야 합니다. 빅테크가 수백만 달러를 써 가며 막으려는 건, 바로 이 토론 자체일지도 모릅니다.

AI는 인류 공동의 지적 자산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렇다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의 일부는 사회 전체의 몫으로 돌아오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이건 ‘공짜 점심’을 달라는 요구가 아닙니다. 이 새로운 경제 시스템의 보이지 않는 주주로서, 우리의 ‘정당한 몫’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지금 벌어지는 논쟁은 ‘노동 대 복지’의 싸움이 아닙니다. 다음 시대의 경제 규칙을 누가 쓸 것인가를 둘러싼 ‘펜대 싸움’입니다. 그리고 지금, 가장 돈 많은 자들이 그 펜을 움켜쥐려 하고 있습니다.


독자가 던질 법한 질문들

Q. 그래도 UBI를 시행할 돈이 어디서 나오나요? 너무 비현실적인 것 아닌가요? A. 가장 핵심적인 질문이죠.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재원 후보로는 여러 가지가 거론됩니다. 앞서 말한 ‘AI세’나 ‘로봇세’가 대표적이고, 그 외에도 탄소세, 금융거래세, 부유세 강화, 거대 기업들의 조세 회피처 규제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결국 돈이 있냐 없냐의 문제라기보다는, 부를 어떻게 재분배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정치적 의지의 문제입니다. ‘돈이 없어 못 한다’는 말은 종종 ‘할 생각이 없다’는 말과 동의어이기도 하죠.

Q. 빅테크가 좋은 의도로 직업 훈련을 지원할 수도 있지 않나요? 너무 삐딱하게 보는 것 같아요. A. 물론 개별 기업가나 개발자의 선의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개인의 의도가 아니라 시스템의 효과입니다. 문제를 일으킨 주체가 해결책까지 독점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은 근본적으로 위험합니다. 필연적으로 ‘갑을 관계’와 종속을 낳기 때문이죠. 담배 회사가 주도하는 금연 캠페인을 우리가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사회 안전망처럼 중요한 문제는 특정 기업의 선의에 기댈 게 아니라, 민주적이고 투명한 공공 시스템 안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이해관계의 충돌이 너무 명백하니까요.

Q. UBI 말고 다른 대안은 정말 없나요? A. 훌륭한 질문입니다. UBI가 유일한 정답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은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한 때죠. 예를 들어, AI로 늘어난 생산성만큼 노동 시간을 줄이는 ‘주 4일 근무제’(임금은 그대로!), 저소득층에게 세금 환급 형태로 소득을 보전해주는 ‘근로소득장려세제(EITC)’의 확대, 혹은 밀턴 프리드먼 같은 보수 경제학자가 제안했던 ‘음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핵심은 ‘직업 훈련만이 유일한 길’이라며 다른 선택지를 지워버리려는 시도에 맞서, 토론의 장을 더 넓히는 것입니다. RAISE US의 진짜 문제는, 이 넓은 스펙트럼의 대안들을 ‘직업 훈련’이라는 단 하나의 깔때기로 모으려 한다는 데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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