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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진의 실리콘밸리 · 2026-08-08

AI가 내는 전기세, 암호화폐로 청구됩니다

여우진글 · 여우진

AI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손님이 암호화폐 시장에 등장했습니다. 이들이 마음껏 뛰놀 인프라를 깔아주겠다며 분주하지만, 이 거대한 돈잔치의 청구서는 결국 누가 받아들게 될지 따져봐야 합니다.

AI가 내는 전기세, 암호화폐로 청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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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승자는 길을 닦은 사람이 아니라, 그 길 위에서 가장 멋진 차를 만들어 달리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AI 옆에 암호화폐, 어색한 동거의 시작

AI와 암호화폐가 다시 한 이불을 덮기 시작했습니다. 몇 년 전 'AI가 코인 가격을 예측해 준다'던 허황된 약속들이 전부 휴지 조각이 된 이후 잠잠했던 조합입니다.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다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엔 AI가 암호화폐의 '예측 대상'이 아니라 '고객'으로 등장했습니다.

상황을 쉽게 그려보겠습니다. 우리가 지금껏 알던 AI, 예를 들어 챗GPT는 잘 차려진 식당에 와서 밥만 먹는 손님과 같습니다. 식당(데이터센터)은 OpenAI나 구글 같은 거대 기업이 운영하고, 손님은 그저 질문하고 답을 얻어 갑니다. 식당 주인이 문을 닫거나, 특정 손님을 내쫓아도 아무 말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등장할 'AI 에이전트'는 다릅니다. 이들은 식당 손님을 넘어, 스스로 장사를 하고 돈을 버는 독립적인 사업가에 가깝습니다. 사람의 지시 없이 스스로 항공권을 예매하고, 주식을 거래하며,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이런 자율적인 AI 사업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누구도 함부로 빼앗거나 망가뜨릴 수 없는 자신만의 가게, 즉 '인프라'입니다.

만약 이 AI 사업가가 아마존(AWS)이나 구글 클라우드 같은 특정 기업의 건물에 세 들어 산다면, 건물주가 마음에 안 든다고 전기를 끊거나 가게를 폐쇄할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AI가 아무리 똑똑해도, 자신의 생사여탈권을 한 기업의 손에 맡기는 건 바보 같은 짓입니다. 암호화폐 진영이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특정 건물주가 없는, 수많은 참여자가 공동으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탈중앙화된 디지털 상가'를 지어 AI 사업가들을 입주시키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AI+암호화폐' 이야기의 본질입니다.

AI는 왜 굳이 '탈중앙' 지갑이 필요한가

'그냥 쓰던 대로 구글이나 아마존 클라우드를 쓰면 되지, 왜 굳이 복잡하고 느린 블록체인을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법합니다. 합리적인 의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AI 에이전트의 핵심 속성인 '자율성'을 간과한 질문입니다.

진정한 자율성은 '누구에게도 허락받지 않을 권리'를 포함합니다. AI 에이전트가 복잡한 금융 거래를 하거나, 경쟁사와 협상하거나, 심지어 국가가 민감하게 여기는 데이터를 처리해야 할 때, 중앙화된 시스템은 거대한 족쇄가 됩니다. 특정 기업이나 정부가 언제든 개입해서 조작하거나 중단시킬 수 있는 '킬 스위치'가 존재하는 한, AI의 판단은 온전히 자율적일 수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암호화폐 기술, 더 정확히는 분산원장기술(DLT)이 제공하는 몇 가지 핵심 도구들이 있습니다.

  • 1. 탈중앙화 컴퓨팅 (Decentralized Compute): AI를 돌리는 계산 능력을 한 회사의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전 세계 수천, 수만 대의 컴퓨터 자원을 빌려서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마치 거대한 프로젝트를 혼자 하지 않고, 여러 명에게 일을 나눠주는 '외주'와 같습니다. 누구 한 명이 일을 그만둬도 프로젝트 전체가 멈추지 않습니다.
  • 2. 분산 스토리지 (Decentralized Storage): AI의 기억, 즉 데이터를 하나의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암호화된 조각으로 쪼개 수많은 컴퓨터에 나눠 저장합니다. 내 비상금을 한곳에 몰아두지 않고 여러 장소에 십시일반 숨겨두는 것과 비슷합니다. 한 곳이 털려도 전 재산을 잃을 위험이 없습니다.
  • 3. 온체인 오라클 (On-chain Oracle): 블록체인 안의 AI가 바깥세상의 정보(예: 오늘의 날씨, 주가)를 어떻게 믿고 가져올 수 있을까요? 이때 필요한 것이 '오라클'입니다. 여러 검증자를 통해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고, 조작 불가능한 형태로 블록체인에 전달하는 '데이터 공증인' 역할을 합니다. 중앙화된 출처 하나에 의존할 때 생기는 위험을 막아줍니다.
  • 4. 마이크로 트랜잭션 (Micro-transactions): AI 에이전트들은 서로 정보를 주고받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며 수백만 건의 초소액 결제를 일으킬 것입니다. 건당 1원, 혹은 0.1원짜리 거래입니다. 현재의 신용카드나 은행 시스템으로는 수수료 때문에 불가능한 일입니다. 암호화폐는 이런 기계 간(M2M) 경제에 최적화된 결제 수단을 제공합니다.

결국 AI에게 블록체인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와 '주권'의 문제인 셈입니다.

닷컴 버블의 '다크 파이버'가 돌아왔다

현재의 AI 인프라 투자 열풍은 놀랍도록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시기의 '다크 파이버(Dark Fiber)' 사태를 닮았습니다. 역사는 정확히 반복되지는 않지만, 비슷한 운율을 갖는다는 말을 실감하게 됩니다.

'다크 파이버'란 말 그대로, 아직 빛(데이터)이 흐르지 않는 어두운 광케이블을 뜻합니다. 1990년대 후반, 월드컴이나 글로벌 크로싱 같은 회사들은 인터넷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에 취해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어 전 세계에 거미줄 같은 광케이블망을 깔았습니다. 미래의 인터넷 고속도로를 미리 닦아놓겠다는 야심이었습니다.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이들이 예측한 수요는 생각보다 더디게 찾아왔습니다. 도로(인프라)는 다 깔렸는데, 그 위를 달릴 자동차(콘텐츠, 서비스)가 아직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은 탓이었습니다. 막대한 건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대부분의 광케이블 회사들은 2000년대 초반 줄줄이 파산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수십조 원의 손실을 봤습니다. 돈잔치의 청구서를 고스란히 받아든 것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이 파산하며 헐값에 남겨놓은 바로 그 '다크 파이버'가 이후 20년 인터넷 혁명의 밑거름이 됐습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페이스북 같은 데이터 잡아먹는 하마들이 마음껏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버블의 잔해 위에 헐값으로 깔린 이 광케이블 인프라 덕분이었습니다. 인프라를 건설한 이들은 망했지만, 그들이 닦아놓은 길 위에서 다음 시대의 승자들이 탄생했습니다.

지금 AI를 위한 탈중앙화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프로젝트들은 21세기의 '다크 파이버'입니다. 아직 본격적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AI 에이전트'라는 미래의 고객을 위해 수조 원의 돈을 들여 디지털 고속도로를 깔고 있습니다. 이들 역시 너무 일찍 미래에 도착한 탓에, 수요 부족으로 고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실패하더라도 그들이 남긴 코드와 네트워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그 잔해 위에서 AI 시대의 '유튜브'와 '넷플릭스'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돈의 흐름: 어디로, 얼마나 흐르는가

그렇다면 이 새로운 디지털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는 구체적으로 누가 있고, 돈은 어디로 흐르고 있을까요?

크게 몇 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탈중앙화 컴퓨팅 파워를 빌려주는 '컴퓨팅 시장'(아카시네트워크 등), AI 모델 자체를 탈중앙화 방식으로 만들고 공유하는 'AI 모델 시장'(비트텐서 등), AI의 연산 결과가 올바른지 검증해 주는 '검증가능한 연산 시장' 등이 대표적입니다.

벤처캐피털(VC)들은 이미 이 시장에 거액의 베팅을 시작했습니다. 이들이 보는 것은 현재의 매출이 아닙니다. 이 프로젝트들의 기업가치, 혹은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대부분 미래에 AI 에이전트가 이 네트워크를 사용해 막대한 수수료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기대감' 하나로 지탱됩니다. 평가액의 99%가 허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의 가치는 오직 서사(narrative)와 믿음에 기반합니다.

이는 마치 신도시가 들어설 예정인 허허벌판의 땅값을 보고 투자하는 것과 같습니다. 언젠가 지하철역이 들어오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것이라는 청사진 하나만 믿고 돈을 넣는 것입니다. 물론 그 청사진이 실현되면 막대한 부를 얻겠지만, 계획이 틀어지거나 지연되면 그 땅은 오랫동안 쓸모없는 진흙밭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와 이 새로운 탈중앙 인프라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항목기존 클라우드 (AWS, Google)탈중앙 인프라 (Crypto)
주인소수 대기업네트워크 참여자 다수
통제권중앙 서버 관리자가 통제규칙(프로토콜)이 통제, 임의 중단 불가
비용 구조사용량 기반 월별 청구건당 수수료, 자원 대여료 등 실시간 정산
신뢰 방식기업의 평판과 법적 계약에 의존코드와 암호학적 증명에 의존
최대 리스크검열, 서비스 중단, 데이터 독점확장성 한계, 초기 기술 불안정성

이 표가 보여주듯, 둘은 단순히 기술의 우위를 다투는 관계가 아닙니다. 세상을 운영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에 가깝습니다. 효율성과 통제를 중시할 것인가, 아니면 약간의 비효율을 감수하더라도 자율성과 개방성을 중시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흔한 오해와 반론 뭉개기

이 주제를 둘러싼 몇 가지 흔한 오해와 그에 대한 제 생각을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 오해 1: "AI가 그냥 아마존 웹서비스(AWS) 쓰면 되지, 왜 굳이 복잡한 블록체인을 써야 하나?"

이 질문은 AI를 '사람이 쓰는 도구'로만 한정할 때 나옵니다. 간단한 챗봇이나 이미지 생성 모델이라면 당연히 AWS가 더 빠르고 저렴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자산을 소유하고, 계약을 체결하며, 독립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AI 에이전트'의 관점에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당신의 전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 AI가 특정인의 통제 아래 있다면 마음이 놓이겠습니까? 그 집사의 모든 행동이 투명하게 기록되고, 누구도 그의 계좌를 마음대로 동결할 수 없다는 보장이 필요합니다. 이는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AI 에이전트라는 새로운 '법인격'의 존립에 관한 보안 문제입니다.

  • 오해 2: "과거 AI 코인은 전부 사기였는데, 이번이라고 다를까?"

매우 날카롭고 중요한 지적입니다. 실제로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만 붙여 투자자를 유혹했던 프로젝트 대다수는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실패 사례와 지금의 흐름은 구조적으로 다릅니다. 과거는 'AI가 암호화폐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격 예측, 트레이딩 봇 등)에 집중했습니다. 즉, 암호화폐 시장 내부의 문제를 푸는 데 그쳤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암호화폐가 AI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인프라 제공)로 질문이 바뀌었습니다. 이는 암호화폐 산업이 자신들만의 닫힌 세계를 넘어, 외부의 거대한 산업(AI)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B2B 인프라 산업으로 진화하려는 시도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수많은 사기와 실패가 있겠지만, 문제의 정의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돈잔치의 청구서는 누가 받게 될까

이 거대한 인프라 건설 돈잔치가 끝나면, 그 청구서는 누가 받아들게 될까요. 저는 두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합니다. 그리고 역사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이미 여러 번 보여줬습니다.

  • 시나리오 1: 건설사가 청구서를 받는다. 닷컴 버블의 광케이블 회사들처럼, 지금의 AI 인프라 프로젝트 대부분은 막대한 투자금을 소진하고도 의미 있는 수익을 내지 못한 채 사라질 것입니다. 청사진은 너무 거창했고, 현실의 수요는 더뎠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2024년과 2025년에 이들의 비전을 믿고 투자한 벤처캐피털과 초기 토큰 구매자들이 모든 손실을 떠안게 됩니다. 이들이 바로 청구서를 받는 사람들입니다.
  • 시나리오 2: 다음 세대 사용자가 청구서를 받는다. 치열한 경쟁 끝에 몇몇 프로젝트가 살아남아 시장을 독과점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들은 AI 시대의 AWS, 구글이 되어 막대한 네트워크 효과를 누립니다. 초기 투자자들은 천문학적인 부를 얻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이 인프라를 이용해야 하는 후발주자들, 즉 미래의 AI 기업과 사용자들은 이 새로운 디지털 지주들에게 비싼 '통행세'(네트워크 수수료)를 내야만 합니다. 청구서가 미래 세대에게 전가되는 셈입니다.

저는 단기적으로 시나리오 1의 가능성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봅니다. 잔인한 시장의 법칙에 따라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며, 대부분은 옥이 아닌 돌로 판명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누가 망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이 남는가'입니다. 수많은 실패한 프로젝트들의 뼈와 살이 거름이 되어, 결국 AI 시대를 위한 탈중앙화 인프라는 어떤 형태로든 구축될 것입니다. 진짜 승자는 길을 닦은 사람이 아니라, 그 길 위에서 가장 멋진 차를 만들어 달리는 사람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투자의 '신호'를 읽는 법

이 복잡한 지형도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가격 차트의 소음 대신 진짜 '신호'를 추적해야 합니다. 만약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다음 세 가지 지표에 집중하십시오. 이는 어떤 프로젝트가 진짜 가치를 만들고 있는지, 아니면 그저 화려한 말잔치에 불과한지를 구별하는 최소한의 기준이 될 것입니다.

  1. '진짜' 고객의 등장: 백서나 트위터에 적힌 장밋빛 약속이 아니라, 실제로 돈을 내고 이 인프라를 사용하는 '진짜 고객'이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유명 AI 기업이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거나, 이 탈중앙 인프라 위에서만 돌아가는 독창적인 AI 서비스가 등장하는 것이 그 신호입니다. '전략적 파트너십'이라는 이름의 보도자료는 대부분 의미 없습니다.
  1. 개발자 활동 지표: 집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일하는 인부들입니다. 소프트웨어 세계에서는 개발자들이 바로 그 인부입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코드가 공개된 깃허브(GitHub)가 활발하게 업데이트되고 있는지, 개발자들이 기술적인 질문을 올리고 토론하는 커뮤니티가 살아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똑똑한 엔지니어들이 모여드는 곳에 미래가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1. 경제 모델의 지속가능성: '토크노믹스'라는 화려한 포장지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핵심은 간단합니다. 이 네트워크가 사용자들로부터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입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가? 그 수입이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보안을 책임지는 참여자들(검증인, 채굴자 등)에게 주는 보상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가? '새로운 토큰 발행'으로 적자를 메우는 모델은 결국 폰지 사기와 다를 바 없습니다. 실제 매출이 찍히는지, 재무제표가 건전한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이 세 가지 신호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AI와 암호화폐의 만남이 또 한 번의 버블로 끝날지, 아니면 정말 새로운 디지털 경제의 서막을 열지는 이 신호들의 강도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Q. & A. 독자들이 던질 법한 질문들

Q. 그래서 결론적으로 지금 AI 관련 코인을 사라는 말인가요, 말라는 말인가요?

A. 이 칼럼은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시장에 나온 대부분의 'AI 테마' 코인은 닷컴 버블 시절의 펫츠닷컴(Pets.com)처럼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에 가깝습니다. 만약 옥석을 가려내고 싶다면, 화려한 마케팅 구호가 아니라 위에서 제시한 '진짜 고객', '개발자 활동', '지속가능한 경제 모델'이라는 세 가지 신호를 냉정하게 추적해야 합니다. 투자의 책임은 언제나 본인에게 있습니다.

Q. AI 에이전트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 먼 미래 이야기 같습니다. 실체가 있긴 한가요?

A. 영화에 나오는 것 같은 인간 수준의 범용 AI 에이전트는 아직 먼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 단계의 '전문가 에이전트'들은 이미 현실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백 개의 금융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대출 포트폴리오를 자동으로 구성하고 실행하는 '금융 에이전트', 혹은 수십 개 광고 채널의 성과를 분석해 예산을 실시간으로 재분배하는 '마케팅 에이전트'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좁은 영역의 전문가 봇들이 첫 번째 고객이 될 것이고, 이들이 모여 거대한 기계 경제를 형성할 것입니다.

Q. 결국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빅테크가 자체 블록체인을 만들어서 이 시장을 다 차지하는 것 아닌가요?

A.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며, 실제로 시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빅테크가 만든 '허가형(Permissioned)' 혹은 '사설(Private)' 블록체인은 근본적인 한계를 갖습니다. 바로 AI 에이전트의 핵심 가치인 '자율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만약 구글이 만든 블록체인 위에서 돌아가는 AI 에이전트가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할 때, 구글이 이를 막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보장할 수 있습니까? 이는 마치 한 국가가 자국에만 유리한 무역 규칙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강요하는 것과 같습니다.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누구도 신뢰하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가 될 뿐입니다. 진짜 탈중앙화 네트워크의 가치는 바로 이 '신뢰의 중립성'에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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