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진의 실리콘밸리 · 2026-10-07
AI가 금리도 이긴다는 환상, 이 파티의 청구서는 누가 받게 됩니까
국채금리가 치솟는데도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시장은 AI 혁명이 모든 악재를 이긴다고 환호하지만, 이 돈잔치는 과거 닷컴 버블의 특정 국면과 놀랍도록 닮아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청구서는 언제나 가장 마지막에 파티에 도착해, 가장 비싼 술을 주문했던 사람에게 발송되었습니다.”
'금리'라는 중력을 무시하는 주식들
최근 시장은 상식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채금리가 오르면 주식 시장은 보통 아래를 향합니다. 이는 아주 당연한 이치입니다. 국채는 사실상 위험이 없는 투자처인데, 여기서 주는 이자가 높아지면 굳이 위험을 감수하며 주식에 돈을 묻어둘 이유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도 금리 상승은 자금 조달 비용, 즉 대출 이자가 늘어난다는 뜻이니 좋을 게 없습니다. 시장 전체에 '중력'처럼 작용하는 것이 바로 금리입니다.
그런데 지금 뉴욕 증시에서는 이 중력을 거스르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금리가 계속 오르는데도 S&P 500 같은 주요 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넘나듭니다.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발에 차고도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는 육상선수 같달까요. 시장 참여자들은 이 기현상의 동력으로 단 세 개의 이름을 꼽습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메타입니다.
유명 방송 진행자 짐 크레이머를 비롯한 낙관론자들은 이 'AI 3인방'이 창출하는 새로운 가치가 금리 상승이라는 거시 경제의 악재를 가뿐히 누른다고 말합니다. AI가 가져올 생산성 혁명의 서막이 이제 막 올랐으니, 지금의 주가 상승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주장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화려한 숫자와 장밋빛 전망 뒤에 가려진 돈의 흐름을 조금 더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파티가 계속될수록, 저는 한 가지 질문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 비싼 술값은 결국 누가 내는가.'
AI는 어떻게 돈을 버는가, 그리고 왜 이 셋인가
AI가 유망하다는 말은 이제 식상합니다. 중요한 건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돈을 버는가'입니다. 지금 시장의 돈이 집중되는 세 기업은 AI 산업의 각기 다른 단계에서 사실상 통행세를 걷고 있습니다.
첫째, 엔비디아는 '골드러시의 삽과 곡괭이 장수'입니다. 19세기 미국 서부에서 금광이 터졌을 때, 실제로 떼돈을 번 사람은 금을 캐러 간 사람들보다 그들에게 삽, 곡괭이, 청바지를 팔았던 리바이 스트라우스 같은 이들이었습니다. 지금 AI 시대의 삽과 곡괭이가 바로 엔비디아가 만드는 GPU(그래픽 처리 장치)입니다.
원래 게임 그래픽을 처리하던 이 반도체는, 수많은 계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능력이 탁월해 AI를 훈련시키는 데 필수품이 됐습니다. AI 모델을 만든다는 건, 컴퓨터에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보여주고 패턴을 학습시키는 과정인데, 이때 GPU가 없으면 수십 년이 걸릴 계산을 몇 주, 몇 달로 단축시켜 줍니다. 현재 AI 개발에 쓰이는 고성능 GPU 시장의 90% 이상을 엔비디아가 장악하고 있으니, AI로 무언가 해보려는 모든 기업은 엔비디아에 돈을 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둘째, 마이크로소프트는 'AI 완제품 백화점' 역할을 합니다. 모든 기업이 직접 데이터센터를 짓고 수만 개의 GPU를 사들일 수는 없습니다. 전월세 살 듯 필요할 때마다 빌려 쓰는 게 합리적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가 바로 이런 '컴퓨터 임대 사업'입니다. 이들은 엔비디아에서 GPU를 대량으로 사들여 거대한 'AI 컴퓨팅 발전소'를 지은 뒤, 기업 고객들에게 시간 단위로 빌려주며 돈을 법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챗GPT 같은 AI 기술을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에 집어넣은 '코파일럿'이라는 월 구독 상품도 내놨습니다. 삽을 빌려줄 뿐 아니라, 아예 잘 꾸며진 'AI 정원'을 월 이용료를 받고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메타(페이스북의 모회사)는 조금 다른 길을 갑니다. 이들은 '개방형 AI 연구소' 전략을 택했습니다. 자신들이 개발한 고성능 거대언어모델(LLM, 쉽게 말해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생성하는 AI)인 '라마(Llama)'를 공짜로 풀어버렸습니다. 당장 돈을 버는 모델은 아니지만, 이는 더 큰 그림을 보고 두는 포석입니다. 개발자들이 너도나도 라마를 가져다 쓰면 자연스럽게 메타의 기술을 중심으로 한 생태계가 만들어집니다. 어떤 기술이 가장 효과적인지 데이터를 모을 수 있고, 뛰어난 AI 인재들을 회사로 끌어들일 수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이 기술을 자사의 핵심 사업인 광고에 적용해 효율을 높이거나, 메타버스 같은 미래 플랫폼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장기적 투자입니다.
결국 지금 시장의 돈은 이 세 기업으로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AI라는 거대한 흐름의 원천(엔비디아), 유통망(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미래 기술의 표준(메타)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장에서 투자자들은 가장 확실해 보이는 이들의 '성장'에 돈을 걸고 있는 셈입니다.
역사적 평행선 - 2000년의 '다크 파이버'를 기억하십니까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은 금융 시장에서 가장 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말 중 하나입니다. 지금의 AI 열풍이 과거 닷컴 버블과 다르다고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합니다. 그때는 실체 없는 아이디어만으로 주가가 폭등했지만, 지금의 AI 기업들은 실제로 엄청난 매출과 이익을 내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일리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2000년 버블의 다른 한 단면, 즉 '통신 버블'과 지금 상황이 놀랍도록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고 봅니다.
닷컴 버블 당시, 수많은 인터넷 기업과 함께 주가가 하늘로 치솟았던 분야가 바로 통신 장비 및 인프라 회사들이었습니다. 시스코, 노텔, 루슨트 테크놀로지스 같은 장비 업체는 물론, 월드컴이나 글로벌 크로싱처럼 해저와 대륙을 잇는 광섬유 케이블을 까는 회사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의 논리는 단순하고 강력했습니다. '인터넷 사용량은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그러니 데이터를 실어 나를 고속도로, 즉 광케이블을 최대한 많이 깔아둬야 한다.'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은 세상을 바꿨고 데이터 사용량은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 논리에 열광했고, 천문학적인 돈이 광케이블 회사로 몰려들었습니다. 이들은 그 돈으로 수요 예측도 없이 경쟁적으로 땅을 파고 바다 밑에 케이블을 깔았습니다. 그 결과, 실제로 사용되는 양보다 훨씬 많은 광케이블이 '불 꺼진 채로(Dark)' 남겨졌습니다. 이것이 바로 '다크 파이버(Dark Fiber)'입니다.
수요가 언젠가는 따라잡을 것이라는 희망은 맞았지만, 그 '언젠가'는 투자자들이 기다려 줄 수 있는 시간보다 훨씬 멀리 있었습니다. 공급 과잉은 결국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고, 막대한 빚을 내 인프라를 깔았던 월드컴과 글로벌 크로싱 같은 회사들은 파산했습니다. 인터넷 혁명은 진짜였지만, 혁명의 기반을 닦는 데 돈을 댔던 초기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파티의 청구서를 받은 것입니다.
이제 현재로 돌아와 봅시다. 엔비디아의 GPU가 과거 시스코의 라우터라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이 짓는 거대한 데이터센터는 과거의 광섬유 케이블과 같습니다. 'AI 연산 수요는 무한히 증가할 것이다'라는 논리 아래, 빅테크 기업들은 매년 수십조 원을 데이터센터와 GPU 구매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를 'AI판 인프라 군비 경쟁'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AI 혁명 역시 진짜일 겁니다. 그러나 지금의 투자는 2030년에나 필요할지 모를 인프라를 2024년에 미리 구축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만약 AI 서비스의 실제 수익화가 더디게 진행된다면, 저 데이터센터의 수많은 GPU들은 '다크 파이버'처럼 한동안 불이 꺼진 채 유휴 상태로 남을지 모릅니다.
평가액의 허수 들여다보기
시장의 열광은 종종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밸류에이션(Valuation)'을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밀어 올립니다. 밸류에이션이란 쉽게 말해 그 기업의 '몸값'입니다. 지금 AI 관련주들의 몸값에는 얼마나 많은 거품, 즉 미래에 대한 희망이 섞여 있을까요?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P/E)은 현재 70배를 넘나듭니다. P/E는 현재 주가를 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이익 대비 주가가 얼마나 비싼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70배라는 건, 엔비디아가 지금처럼 돈을 벌 때 70년치 이익을 꼬박 모아야 현재의 시가총액이 된다는 뜻입니다. 물론 성장주는 높은 P/E를 받지만, 이는 앞으로 이익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전제로 합니다. 만약 성장이 조금이라도 둔화되면 높은 P/E는 정당화되기 어렵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은 월 30달러라는, 결코 싸지 않은 구독료를 책정했습니다. 이는 오피스 프로그램 월 이용료와 맞먹는 수준입니다. 과연 얼마나 많은 기업이 모든 직원에게 이 비용을 지불할까요? AI가 정말로 직원 한 명당 월 30달러 이상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온다는 것이 증명되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지금 시장은 이 '증명'이 성공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베팅하고 있지만, 현실은 다를 수 있습니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이 돈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입니다. 엔비디아 GPU의 최대 고객은 아이러니하게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같은 클라우드 기업들입니다. 이들은 GPU를 사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다시 다른 기업(주로 AI 스타트업)에 빌려줍니다. 그런데 그 AI 스타트업들은 누구의 돈으로 그 비싼 이용료를 낼까요? 상당수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의 벤처 투자 부문에서 받은 투자금으로 지불합니다. '왼쪽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모양새입니다. 이런 자금의 순환 고리가 영원할 수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외부의 '진짜 돈', 즉 최종 소비자의 지갑에서 나온 돈으로 이 비용이 충당되어야 합니다.
| 항목 | 닷컴 버블 (통신, ~2000) | AI 붐 (GPU/클라우드, ~2024) |
|---|---|---|
| 핵심 인프라 | 광섬유 케이블 (Fiber Optic Cables) | AI 반도체 (GPU) 및 데이터센터 |
| 주도 기업 | 시스코, 월드컴, 글로벌 크로싱 |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
| 성장 논리 | '인터넷 트래픽은 무한히 증가한다' | 'AI 연산 수요는 무한히 증가한다' |
| 자금 조달 방식 | 주식 시장 열광, 막대한 부채 | 빅테크의 자체 현금, 벤처 투자 |
| 잠재적 위험 | 수요 예측 실패로 인한 공급 과잉 | 실제 AI 수익화(Monetization) 지연, 투자 회수 실패 |
| 청구서 수령인 (추정) | 통신주 고점 투자자, 회사채 보유자 | 현재 고점에 진입한 AI 관련주 투자자? |
흔한 오해와 반론 - '이번에는 다르다'는 주장에 대하여
물론 제 분석에 대한 반론도 많을 것입니다. 가장 흔한 오해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첫째, 'AI는 닷컴 버블과 달리 실제 수익을 내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돈의 출처를 집요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앞서 말했듯, 매출의 상당 부분은 아직 뚜렷한 수익 모델도 없는 다른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미래를 위해' 지출하는 돈에서 나옵니다. 즉, 'AI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이 'AI 인프라 기업의 현실 매출'이 되어주는 기묘한 순환 구조입니다. 만약 이 희망의 고리가 약해지거나, 몇몇 유망주들이 실제 돈벌이에 실패하기 시작하면 인프라 투자 수요는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습니다.
둘째, '이들 빅테크는 현금이 많아 안전하다'는 주장입니다. 이 역시 사실입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은 인류 역사상 가장 현금을 많이 보유한 기업들입니다. 망할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하지만 시장은 기업의 '안전함'에 지금과 같은 높은 가격을 매기지 않습니다. '성장'에 가격을 매깁니다. 이들의 주가가 높은 이유는 지금의 안정적인 사업이 아니라, AI를 통해 미래에 거둘 기하급수적 성장을 미리 당겨와 반영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AI가 가져올 실제 매출과 이익이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면, '튼튼한 회사'의 주가도 얼마든지 반 토막 날 수 있습니다. '좋은 회사'와 '좋은 주식(비싸지 않은 주식)'은 엄연히 다른 문제입니다.
독자가 추적할 신호 - 청구서가 발송되기 전 경고등
그렇다면 이 위태로운 파티가 언제 끝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투자의 세계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지만, 몇 가지 경고 신호는 우리가 추적해 볼 수 있습니다. 청구서가 날아오기 전에 울릴 화재경보 같은 것들입니다.
1. 클라우드 기업들의 자본 지출(CAPEX) 계획을 확인하십시오. - 아마존(AWS), 마이크로소프트(Azure), 구글(GCP)은 매 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향후 설비 투자에 얼마를 쓸지 공개합니다. 이들이 바로 엔비디아 GPU의 가장 큰 손님들입니다. 만약 이들이 '데이터센터 투자 속도를 조절하겠다'거나 '자본 지출을 줄이겠다'고 발표한다면, 이는 매우 중요한 신호입니다. AI 서비스에 대한 최종 수요가 자신들의 예상보다 약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2. 'AI 네이티브' 스타트업들의 자금 조달 상황을 주시하십시오. - OpenAI, 앤트로픽, 코히어처럼 오직 AI 기술 하나만으로 승부하는 회사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외부 투자금으로 비싼 GPU 사용료를 내며 기술을 개발합니다. 만약 이들이 다음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거나, 이전보다 낮은 기업 가치로 투자를 받는 '다운 라운드(Down Round)' 소식이 들려온다면 이는 거품이 꺼지는 명백한 징후입니다.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 먼저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3. 기업용 소프트웨어(SaaS) 기업들의 'AI 기능' 도입률을 추적하십시오. - 세일즈포스, 어도비, SAP 같은 회사들은 앞다투어 자사 소프트웨어에 AI 비서 기능을 추가하고 추가 요금을 받으려 합니다. 앞으로 이 회사들의 실적 발표에서 'AI 기능의 실제 유료 전환율'이나 '고객당 평균 매출(ARPU) 변화'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만약 기업 고객들이 월 30달러, 50달러짜리 AI 부가 기능에 생각보다 지갑을 열지 않는다면, AI를 통한 수익화의 장밋빛 전망에 심각한 금이 가기 시작한 것입니다.
파티는 즐기되, 누가 설거지할지는 생각해야 합니다
AI 혁명은 진짜입니다. 인터넷이 그랬고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삶과 산업의 풍경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입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같은 기업들이 그 변화의 중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도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위대함이 곧 투자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시장은 종종 위대한 기술의 잠재력을 과대평가하고, 그 가치를 너무 일찍, 너무 비싸게 매기는 실수를 반복해왔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역설은, AI 기술의 본질은 '비용 절감'과 '효율화', 즉 디플레이션(Deflation)적인 속성을 갖는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기술을 파는 기업들의 주식은 끝없는 매출 성장을 기대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적인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 모순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습니다.
AI라는 파티는 한동안 계속될지 모릅니다. 음악은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고, 사람들은 즐겁게 춤을 추고 있습니다. 파티를 즐기는 것은 좋지만, 문밖에서 누군가 청구서를 들고 서성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역사적으로 그 청구서는 언제나 가장 마지막에 파티에 도착해, 가장 비싼 술을 주문했던 사람에게 발송되었습니다.
독자가 던질 법한 질문들
Q. 그럼 지금 AI 관련 주식을 전부 팔아야 한다는 뜻입니까?
A. 제 역할은 매수나 매도를 추천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묻지마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싶습니다. 지금 시장이 매긴 가격은 AI가 앞으로 아무런 장애물 없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를 기준으로 합니다. 이 시나리오에 작은 균열이라도 생기면 주가는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본인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이 하나의 낙관론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시점이라는 의미입니다.
Q. 엔비디아 말고 다른 대안은 없습니까? AMD 같은 경쟁사는 어떻습니까?
A. 좋은 질문입니다. 현재 AI 시장은 엔비디아의 '쿠다(CUDA)'라는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성벽처럼 작용해 경쟁사들이 힘을 쓰지 못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기술의 역사에서 영원한 독점은 없었습니다. AMD의 반격이 거세지거나,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빅테크들이 직접 만드는 자체 AI 반도체의 성능이 엔비디아를 위협할 수준에 이르는 순간, 엔비디아의 독점적 지위와 높은 이익률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시장의 균형이 바뀔 수 있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Q. AI로 인한 생산성 향상이 정말 기대만큼 크다면, 지금 주가가 더 올라도 이상하지 않은 것 아닙니까?
A.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인터넷이 그랬던 것처럼 AI가 전 산업의 생산성을 10%, 20%씩 끌어올린다면 지금의 주가도 비싸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관건은 두 가지입니다. '속도'와 '분배'입니다. 그 엄청난 생산성 향상이 2년 안에 나타날 것인가, 10년 뒤에 나타날 것인가에 따라 현재 가치는 크게 달라집니다. 또한 그 생산성 향상으로 아낀 비용과 창출된 이익이 AI 인프라 기업(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의 주머니로 다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AI를 사용하는 일반 기업과 최종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갈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시장은 전자를 가정하고 가격을 매기고 있지만, 역사는 그 과실이 결국 사회 전반으로 퍼져나간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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