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람의 타임라인 · 2026-06-17
요즘 인터넷에서 제일 무서운 말, "너 혹시 AI야?"
글 · 서아람
댓글이 'AI 같다'는 소리에 사람임을 증명하는 도구를 만든 사람이 화제다. 잘 쓴 글이 수상한 글이 된 시대, 우리가 먼저 잃은 건 일자리가 아니라 '서로를 믿는 감각'이었다.

“AI가 먼저 가져간 건 일자리가 아니라 '서로를 믿는 감각'이었어요.”
얼마 전 누가 자기 댓글이 'AI 같다'는 소리를 듣고 빡쳐서, 자기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도구를 직접 만들었다는 글이 올라왔어요. 웃프죠. 사람이 사람임을 증명하려고 코딩을 합니다. 근데 댓글 반응이 더 웃겼어요. "그 증명 도구도 AI가 만든 거 아니냐"는 댓글이 베플이 됐거든요. 이쯤 되면 거의 철학입니다.
이게 남 일이 아니에요. 요즘 온라인에선 조금만 정성껏 글을 쓰면 바로 의심받습니다. 문장이 매끄러우면 AI, 이모지를 적당히 쓰면 AI, 줄바꿈이 깔끔하면 AI, 심지어 긴 줄표(—)를 쓰면 AI래요. 어느새 '잘 쓴 글'이 '수상한 글'이 됐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일부러 오타를 내고, 비문을 섞고, 말끝을 흐립니다. 못 쓴 글이 인증마크가 된 거예요. 진심을 담아 정성껏 쓸수록 의심받는 세상, 좀 이상하지 않나요.
여기에 AI 이미지까지 겹쳤어요. 이제 사진 한 장 보고 진짜냐 가짜냐 가리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2000년대 디카 감성, 필름 특유의 노이즈까지 그대로 뽑아내니까요. 예전엔 '백문이 불여일견'이었죠. 직접 보면 믿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봐도 못 믿습니다. 증거가 있어도 '그 증거가 가짜일 수 있다'가 기본값이 됐으니까요. 여기서 진짜 무서운 게 드러나요. 거짓이 늘어난 게 문제가 아니에요. 진실을 믿는 비용이 폭등한 게 문제입니다.
생각해보면 인류는 오랫동안 '일단 믿고, 수상하면 확인'하는 방식으로 살았어요. 그게 효율적이었으니까요. 매번 다 의심하면 사회가 안 굴러가거든요. 그런데 이제 그 기본값이 뒤집히고 있어요. '일단 의심하고, 진짜로 밝혀지면 인정'입니다. 편하긴 해요, 안 속으니까. 근데 그 대가가 만만치 않습니다. 처음 보는 글, 처음 보는 사진, 처음 보는 사람 — 전부 'AI 아니야?'부터 깔고 보면,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덜 믿게 돼요.
웃긴 건, 우리가 걱정한 포인트는 원래 일자리였잖아요. 로봇이 내 자리를 뺏을까 봐. 그런데 정작 먼저 가져간 건 일자리가 아니라 '서로를 믿는 감각'이었어요. 눈에 안 보이니까 뺏긴 줄도 몰랐던 거죠.
그래서 증명하느라 도구까지 만든 그분, 저는 도저히 비웃을 수가 없더라고요. 어쩌면 우리 모두의 가까운 미래니까요. 머지않아 소개팅 자리에서 이런 말을 들을지도 몰라요. "혹시… 사람 인증된 분이세요?" 명함엔 직함 대신 이렇게 박히고요. "사람 인증 완료." 농담 같죠. 근데 요즘 타임라인 보면, 그렇게 멀어 보이지도 않아요.
참고 자료
- · 내 댓글이 '에이아이 같다'는 말에 직접 도구 개발
- ·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 2000년대 사진과의 구별 난이도: 진짜 같은 가짜에 대한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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