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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석의 기술 해부 · 2026-07-27

AI가 차려준 뷔페, 결국 '뭘 담을지 아는 사람'이 이깁니다

정우석글 · 정우석

인공지능은 이제 누구나 쓸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됐습니다. 하지만 진짜 승부는 AI가 내놓은 수많은 결과물 속에서 '무엇을 할지' 결정하는 집중력과, 그 결정을 '끝까지 해내는' 실행력에서 갈립니다.

AI가 차려준 뷔페, 결국 '뭘 담을지 아는 사람'이 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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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는 우리를 육체노동과 반복노동에서 해방시켜주는 대신, '판단의 노동'이라는 새로운 짐을 지웠습니다. 그리고 이 판단의 질이 우리의 몸값을 결정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시작: 코드는 AI가 짜줬는데, 왜 야근은 제가 할까요

며칠 전의 일입니다. 집에서 쓰는 작은 서버에 넣을 파이썬 스크립트 하나가 필요했습니다. 특정 폴더에 사진 파일이 들어오면 알아서 날짜별로 정리하고, 인물 사진이 있으면 따로 빼두는 간단한 작업입니다. 예전 같으면 반나절은 족히 걸렸을 일입니다. 저는 의기양양하게 챗GPT를 열고 요구사항을 입력했습니다. '자, 이제부터 네가 내 손가락이다.'

정말 1분도 안 돼서 그럴싸한 코드가 쏟아졌습니다. 주석까지 친절하게 달려 있었습니다. 이걸 복사해서 붙여넣으며 잠시 스스로가 영화 속 천재 해커가 된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이게 바로 미래의 업무 방식이구나.' 하지만 그 행복은 딱 5분짜리였습니다.

코드는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특정 라이브러리는 이름이 바뀐 지 오래된 옛날 버전이었고, 한글 파일명은 어김없이 깨졌습니다. 결정적으로 '인물 사진'을 가려내는 핵심 로직은 엉뚱한 사진만 골라내고 있었습니다. 결국 저는 AI가 짜준 코드를 앞에 두고, 원인이 뭔지 알아내기 위해 세 시간 넘게 화면을 들여다봐야 했습니다. AI가 던져준 코드는 정답이 아니라 거대한 숙제 뭉치였습니다. 차라리 처음부터 제가 짜는 게 빨랐겠다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요즘 IT 업계의 화두인 'AI 시대의 새 초능력'이라는 말을 온몸으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AI가 코드를 짜주고, 보고서를 써주고, 그림까지 그려주는 시대에 왜 제 일은 더 힘들어졌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AI는 '시작'과 '과정'의 비용을 극적으로 낮췄지만, '판단'과 '마무리'의 책임은 온전히 우리에게 남겨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책임의 무게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무거워졌습니다.

AI는 '눈치 없는 만능 인턴'과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AI를 '생각하는 기계'라고 오해하지만, 적어도 현재의 AI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챗GPT 같은 모델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이라고 부릅니다. 쉽게 말해, 인터넷의 방대한 텍스트를 통째로 외운 뒤, 질문을 받으면 통계적으로 가장 그럴듯한 다음 단어를 예측해 문장을 뱉어내는 기계입니다. 의미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가장 자연스러운 단어 조합을 확률적으로 계산해낼 뿐입니다.

저는 이런 AI를 '눈치 없고 경험 없는 만능 인턴'에 비유하곤 합니다. 이 인턴은 세상의 모든 책을 다 읽어서 아는 건 엄청나게 많습니다. 질문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뭐든 써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왜' 이 일을 하는지, 이 보고서의 진짜 목적이 뭔지, 누가 읽을 것인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가령 이 인턴에게 “우리 경쟁사 분석 보고서 좀 써줘”라고 지시했다고 칩시다. 그는 인터넷에 있는 경쟁사 관련 기사, 리뷰, 재무제표, 심지어 직원들의 SNS까지 긁어모아 수십 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순식간에 만들어낼 겁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우리 회사가 참고할 만한 전략적 약점 분석이 아니라, 그저 무미건조한 사실의 나열만 가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데?'라는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은 없습니다. 그건 지시한 사람이 애초에 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여기서 첫 번째 초능력인 '집중력(Focus)'의 진짜 의미가 드러납니다. AI 시대의 집중력은 단순히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그것은 AI라는 도구를 제대로 쓰기 위해 문제의 본질을 꿰뚫고, 명확한 목표와 맥락을 설정하는 능력입니다.

  • 1. 문제 정의 능력: AI에게 '무엇을' 물어볼지 아는 것입니다. '경쟁사 분석'이라는 뜬구름 잡는 질문 대신, '우리 제품의 20대 사용자를 뺏어갈 만한 경쟁사 Z의 신기능 세 가지와 그 기술적 원리'처럼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는 능력 말입니다.
  • 2. 결과 비판 능력: AI가 내놓은 그럴싸한 답변을 의심하는 것입니다. AI는 종종 환각(Hallucination), 즉 있지도 않은 사실을 진짜처럼 꾸며내는 거짓말을 합니다. 이 인턴이 급하게 보고서를 쓰느라 인터넷의 가짜뉴스를 사실인 양 인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숫자의 출처가 어디지?', '이 주장이 말이 되나?'라고 되물을 수 있는 비판적 시각과 전문성이 없다면, AI가 만든 쓰레기를 보물로 착각하게 될 겁니다.

결국 AI라는 만능 인턴의 성과는 전적으로 그를 부리는 관리자, 즉 우리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가 똑똑하고 명확하게 지시할수록 인턴의 결과물은 좋아지고, 우리가 멍청하고 모호하게 질문할수록 그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우리에게 안겨줄 뿐입니다.

1990년의 데자뷔: CASE 도구와 '코더의 종말'

사실 이런 현상이 처음은 아닙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죠. 저는 지금의 AI 열풍을 보며 1990년대 초반을 떠올립니다. 당시 소프트웨어 업계에는 'CASE 도구'라는 것이 광풍처럼 불었습니다. CASE는 'Computer-Aided Software Engineering'의 약자로,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소프트웨어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도구를 말합니다.

당시 CASE 도구 업체들의 광고 문구는 지금의 AI 예찬론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습니다. “더 이상 코딩은 필요 없습니다! 화면에 네모, 동그라미를 그리기만 하면 프로그램이 저절로 만들어집니다!”, “이제 프로그래머라는 직업은 사라질 것입니다.” 이들의 주장은 간단했습니다. 복잡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마치 파워포인트로 장표를 만들듯 업무 흐름도를 그리면 CASE 도구가 알아서 코드를 생성해준다는 것이었죠.

결과는 어땠을까요? 예상대로 '프로그래머의 종말'은 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CASE 도구는 일부 단순하고 정형화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복잡한 비즈니스 로직이 들어가거나, 성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경우에는 속수무책이었습니다. 도구가 생성해준 코드는 사람이 읽고 이해하기 어려운 스파게티 코드인 경우가 많았고, 한번 문제가 생기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결국 살아남은 개발자들은 CASE 도구를 버린 사람들이 아니라, 그것을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CASE 도구로 기본적인 뼈대를 빠르게 만든 뒤, 가장 중요하고 복잡한 핵심 로직은 직접 코드로 구현했습니다. 즉, 자동화할 수 있는 부분과 인간의 지성이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 부분을 정확히 구분한 것입니다. 가치는 '타자를 빨리 치는 능력'에서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능력'으로 옮겨갔습니다.

지금 AI가 그렇습니다. 챗GPT는 21세기판 CASE 도구입니다. 글의 초안, 코드의 기본 골격, 디자인 시안을 순식간에 만들어주며 우리를 유혹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그 결과물을 실제 세상에 내놓을 만한 '작품'으로 만드는 마지막 20%의 과정은 여전히,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하게 우리의 몫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20%를 완수하는 능력이 바로 두 번째 초능력, '실행력(Follow-through)'입니다.

집중력과 실행력, 무엇이 달라졌나

AI는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드는 '시작 비용'을 거의 0에 가깝게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블로그 글 하나를 쓰려고 해도 자료 조사부터 개요 작성까지 큰 결심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챗GPT에 주제만 던져주면 30초 만에 그럴싸한 초안이 나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AI가 만들어준 수많은 초안, 시안, 아이디어는 대부분 80%짜리 미완성품입니다. 그리고 이 미완성품들은 '조금만 더 손보면 완성될 것'이라는 달콤한 속삭임으로 우리를 유혹합니다. 이 유혹에 빠져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문어발처럼 시작하다 보면, 결국 내 컴퓨터 폴더에는 수십 개의 '시작만 한' 프로젝트들만 쌓이게 됩니다. AI가 '프로젝트의 무덤'을 만드는 속도를 가속화시킨 셈입니다.

'실행력'은 바로 이 무덤을 파고 들어가지 않는 능력입니다. 집중력을 통해 '무엇을 할지' 명확히 결정했다면, 이제 AI의 도움을 받아 그 결정을 현실의 결과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끈기와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AI가 만든 80%짜리 초안을 100%의 완성품으로 만드는 과정은 지루하고 고통스럽습니다.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해 뜯어고치고, 예상치 못한 버그를 잡고, 시장의 냉정한 평가를 견뎌내야 합니다. 이 마지막 20%의 고통스러운 과정에 모든 가치가 응축되어 있습니다.

AI 시대에 각 역량의 의미가 어떻게 변했는지 표로 정리하면 더 명확해집니다.

역량과거의 의미 (AI 이전)현재의 의미 (AI 시대)
정보 수집도서관, 인터넷 검색으로 자료를 최대한 많이 모으는 능력AI에게 정확한 맥락과 목표를 주어 원하는 정보를 뽑아내는 능력 (프롬프트 설계)
분석수집한 자료를 엑셀이나 통계 툴로 직접 가공하고 패턴을 찾는 능력AI가 요약/분석한 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숨겨진 함의나 오류를 찾아내는 능력 (결과 검증)
창작 (글/코드)백지 상태에서 초안을 작성하고 완성하는 능력AI가 생성한 초안(80%)을 바탕으로, 핵심 아이디어를 더하고 다듬어 최종 결과물(100%)로 만드는 능력 (편집 및 완성)
실행정해진 계획에 따라 꾸준히 업무를 수행하는 끈기수많은 AI 기반 가능성 속에서 하나를 선택해, 현실의 벽에 부딪혀가며 끝내 제품/서비스로 출시하는 추진력

표에서 보듯, 모든 역량의 무게중심이 '직접 하기(Doing)'에서 '지휘하고 판단하기(Directing & Judging)'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일꾼이 아니라 지휘관이 되어야 합니다. AI라는 막강한 군대를 지휘해 우리가 원하는 전투에서 승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흔한 오해 두 가지: '프롬프트 엔지니어'와 '생각 없는 낙원'

AI 시대의 역량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빠지는 함정이 두 가지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오해만 걸러내도 AI를 훨씬 현실적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오해 1: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 미래의 만능 열쇠다?

최근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직업이 고액 연봉으로 화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AI에게 질문하는 기술 자체가 엄청난 부가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AI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어떻게 질문하고 지시해야 하는지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는 본질이 아니라 현상에 가깝습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새로운 도구 사용법'일 뿐입니다. 2000년대 초반에 '검색 잘하는 법'이 유행했던 것과 같습니다. 검색을 잘하는 건 유용한 기술이지만, 그 자체로 전문가가 되지는 않습니다. 진짜 전문가는 검색을 통해 얻은 정보를 자신의 전문 분야 지식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입니다.

마찬가지로, 중요한 것은 프롬프트의 화려한 기술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생각의 깊이'입니다.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AI에게 물을 때와 일반인이 물을 때는 질문의 질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는 자신의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AI가 놓칠 수 있는 부분을 점검하고 추가 정보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프롬프트는 생각의 '결과'이지, 생각 그 자체가 아닙니다. 특정 분야의 깊이 있는 전문성 없이 프롬프트 기술만 익히는 것은, 좋은 문장을 쓸 능력 없이 타자만 빨리 치는 법을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오해 2: AI가 힘든 일을 다 해주니, 우리는 편하게 생각만 하면 된다?

AI가 반복적이고 지루한 작업을 자동화해주면서, 인간은 고차원적인 창의적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많습니다. 일견 맞는 말처럼 들립니다. 하지만 이는 '결정의 고통'을 간과한 주장입니다.

AI는 우리에게 더 많은 선택지를 안겨줍니다. 보고서 초안도 3가지 버전으로, 로고 디자인도 10가지 시안으로 순식간에 만들어줍니다. 이제 우리의 일은 이 중에서 '무엇이 최선인지' 결정하는 것이 됐습니다. 그런데 결정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정신 활동입니다. 어떤 선택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지,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고된 노동입니다.

오히려 '아무 생각 없이' 정해진 일을 하던 시절이 정신적으로는 더 편했을지도 모릅니다. AI는 우리를 육체노동과 반복노동에서 해방시켜주는 대신, '판단의 노동'이라는 새로운 짐을 지웠습니다. 그리고 이 판단의 질이 우리의 몸값을 결정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추적해야 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막연히 불안해하거나 환호하는 대신, 구체적인 행동 지침이 필요합니다.

개인이라면, '챗GPT 사용법' 같은 강의를 듣는 데 시간을 쏟기보다 '나만의 프로젝트' 하나를 정해 AI를 이용해 '완성'해보는 경험을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합니다. 그게 블로그 연재든, 작은 앱 개발이든, 팟캐스트 제작이든 상관없습니다. AI로 초안을 만들고, 자료를 찾고, 결과물을 다듬는 전 과정을 직접 겪어보십시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어떤 질문을 던져야 AI가 똑똑하게 답하는지(집중력), 중간에 포기하고 싶은 수많은 유혹을 이겨내고 어떻게든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는 경험(실행력)을 체득하게 될 겁니다. AI 시대의 진짜 역량은 자격증이 아니라 '완성된 프로젝트 목록'으로 증명됩니다.

기업이라면, 직원들에게 무작정 AI 툴을 쥐여주며 '업무 효율을 높이라'고 닦달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라 '평가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얼마나 많은 보고서를 썼는지, 얼마나 많은 코드를 생산했는지가 아니라, 'AI를 활용해 얼마나 더 똑똑한 질문을 던졌는가', '그 결과로 만들어진 제품이 시장에서 어떤 반응을 얻었는가'를 기준으로 성과를 측정해야 합니다. 집중력과 실행력을 발휘하는 직원이 제대로 보상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합니다.

앞으로 눈여겨볼 신호는 '어떤 기업이 AI를 도입했다'는 뉴스가 아닙니다. 그보다 'AI 도입 이후 직원들의 역할과 성과 측정 방식을 어떻게 바꾸었는가'를 봐야 합니다. 조직도를 바꾸고, 직무 기술서를 새로 쓰고, 평가 지표(KPI)를 재설계하는 기업이 있다면, 그곳이 바로 AI 시대를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곳입니다.

질문과 답변: 독자들이 던질 법한 질문들

Q. 그럼 이제 코딩이나 글쓰기 같은 기본 기술은 배울 필요가 없나요? AI가 다 해주는데요.

A. 정반대입니다. 오히려 더 잘 알아야 합니다. AI가 만든 결과물이 쓸 만한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그 분야의 기본기가 탄탄해야 합니다. 축구 심판을 보려면 최소한 오프사이드 규칙은 알아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기본기가 없는 전문가는 AI가 뱉어내는 그럴싸한 거짓말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크게 속아 넘어갈 겁니다. AI는 기본기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기본기가 탄탄한 사람에게 강력한 날개를 달아주는 도구입니다.

Q. '집중력'과 '실행력'은 너무 추상적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키울 수 있습니까?

A. 거창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앞서 말했듯, 작은 프로젝트 하나를 '끝까지' 해보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AI로 우리 동네 숨은 맛집 지도 만들기' 같은 목표를 정하고, 자료 수집부터 지도 완성, 친구들에게 공유하고 피드백 받기까지 전 과정을 혼자 해보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AI에게 어떤 지시를 해야 하는지(집중력), 중간에 포기하고 싶을 때 어떻게 버티는지(실행력)를 몸으로 배우게 됩니다. 자전거 타는 법을 책으로 배울 수 없듯, 이 두 역량은 '해본 경험'을 통해서만 자라납니다.

Q. AI가 더 발전해서 인간의 지시나 마무리 없이도 완벽한 결과물을 내놓게 되면 어떻게 되죠?

A. 좋은 질문입니다. 그건 범용 인공지능(AGI)의 영역인데, 아직은 공상과학에 가깝습니다.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일의 개념 자체가 바뀔 겁니다. 하지만 그 전까지, 적어도 우리가 은퇴하기 전까지는 AI는 '목표를 모르는 도구'일 뿐입니다. 자동차가 아무리 빨라져도 목적지는 사람이 정해야 하는 것처럼요. 우리는 그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까지의 여정을 책임지는 능력'의 가치가 극대화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고 보는 편이 훨씬 현실적입니다. AI가 할 수 없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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