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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진의 실리콘밸리 · 2026-07-27

시장이 던진 경고등 4개, 청구서를 받아 든 건 결국 당신이다

여우진글 · 여우진

지정학 긴장·기술주 실적·헬스케어 불확실성·경기 둔화, 네 가지 힘이 동시에 시장을 흔든 이번 주는 우연이 아닙니다. AI 낙관론으로 채워진 밸류에이션(주식 가치 평가액)의 허수가 현실과 충돌하기 시작한 구조적 변곡점이며, 이 돈잔치의 청구서가 조용히 특정인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시장이 던진 경고등 4개, 청구서를 받아 든 건 결국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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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던진 경고등 앞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이제 사야 하나요'가 아니라 '나는 이미 얼마짜리 기대를 샀는가'입니다.

롤러코스터 한 주 — 표면 아래의 진짜 이야기

뉴스 헤드라인은 '롤러코스터 한 주'라고 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롤러코스터에도 설계도가 있습니다. 어디서 올라가고 어디서 내려가는지, 그 구조를 읽어야 다음 코스가 보입니다.

지난 한 주 글로벌 증시를 흔든 건 표면적으로 네 가지였습니다. 중동의 군사적 긴장 고조, 주요 기술 기업들의 실망스러운 실적 보고서, 헬스케어(의료·제약) 업종의 정책·규제 불확실성, 그리고 장기화된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 이 네 가지가 한꺼번에 등장한 건 우연이 아닙니다.

시장 분석가들이 흔히 하는 실수는 각각의 요인을 별도 사건으로 보는 것입니다. 중동은 지정학 문제, 실적은 기업 개별 문제, 헬스케어는 섹터 특수 문제, 경기 둔화는 거시경제 문제라고 분리해 놓습니다. 그러나 이 네 가지는 단일한 구조적 압력의 서로 다른 표면입니다. 그 구조는 바로 '과도하게 앞서 달려간 자산 가격이 현실과 조우하는 순간'입니다.

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집값이 오를 것 같다는 기대감만으로 실제 집세 수입의 수십 배 가격에 아파트를 사 놓은 상황을 상상해 보세요. 그 기대감에 조금이라도 금이 가는 뉴스가 나오면 — 금리가 오를 것 같다, 동네에 새 아파트가 쏟아진다, 세입자가 구하기 어렵다 — 가격이 흔들립니다. 그 흔들림을 '롤러코스터'라고 부르지만, 사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격이 좁혀지는 과정입니다. 이번 주 시장이 바로 그 간격 메우기를 했습니다.

네 가지 압력의 구조 — 동시다발이 왜 더 무서운가

압력 네 개가 동시에 온다는 것은, 안전망이 하나씩 무너진다는 의미입니다.

투자자들이 시장이 흔들릴 때 쓰는 전통적인 안전판이 있습니다. 주식이 빠지면 채권을 산다. 기술주가 빠지면 에너지주나 금융주로 피신한다. 지정학 위기가 오면 금이나 달러를 산다. 이 각각의 피신처가 하나씩 기능을 잃을 때, 투자자들은 현금이라는 가장 원초적인 안전처로 몰립니다. 그 결과가 전방위적 매도세입니다. 이번 주가 딱 그랬습니다. 하나씩 따라가 보겠습니다.

첫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고조는 국제 유가 불안으로 이어집니다. 유가가 오르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률)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인플레이션이 올라가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 기업들이 돈을 빌리는 비용이 비싸고, 특히 미래 수익을 기대하고 높게 평가받은 기술주들의 현재 가치가 떨어집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중동의 총성 → 유가 → 금리 고착화 → 기술주 하락. 이 연결 고리가 핵심입니다.

둘째, 주요 기술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AI 시대'라는 낙관론이 주가에 먼저 반영돼 있는 상태에서, 실제 실적이 그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면 주가는 하락합니다. 기업이 더 나빠진 것이 아닙니다. 주가가 너무 앞서 올라가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셋째, 헬스케어 부문의 불확실성은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요인이지만, 다른 피신처들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그나마 안전하다'고 여겨지던 방어적 업종까지 흔들리면 갈 곳이 없어집니다. 신약 임상 결과나 규제 당국 승인 여부 같은 개별 뉴스 하나가 업종 전체를 뒤흔들 때, 방어주로서의 역할이 무너지는 겁니다.

넷째, 경기 둔화 우려는 이 모든 것의 배경 음악입니다. 금리가 높게 유지된 기간이 길어지면, 그 효과가 실물 경제에 뒤늦게 나타납니다. 가계 소비가 줄고, 기업 투자가 줄고,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 지금 조금씩 표면 위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압력 요인직접 영향금융 시장 전달 경로가장 타격받는 자산
중동 긴장 고조유가 불안인플레 우려 → 금리 고착화성장주·기술주
기술주 실적 부진수익 기대치 하향밸류에이션 재조정고PER 기술주
헬스케어 불확실성섹터 급변동방어주 신뢰도 저하제약·바이오주
경기 둔화 우려소비·투자 위축기업 실적 가이던스 하향전 업종

PER이라는 용어가 나왔으니 짚고 가겠습니다. PER(주가수익비율)은 주가가 그 회사의 1년치 이익의 몇 배냐를 나타내는 숫자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 회사를 통째로 사서 지금 이익 속도로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몇 년이 걸리냐는 계산입니다. AI 성장주들은 이 배수가 수십 배에서 수백 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만큼 미래에 크게 벌 거라는 기대가 포함된 가격입니다.

네 요인이 동시에 진행될 때, 서로를 증폭시킵니다. 이것이 '동시다발 압력'이 단순 합산이 아닌 곱셈 효과를 내는 이유입니다.

AI 낙관론의 허수 — 실적 파고가 드러낸 구조

이번 주 시장 변동의 핵심에는 AI가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AI에 대한 기대와 현실 사이의 간격이 좁혀지기 시작한 순간입니다.

밸류에이션(valuation)을 쉽게 풀겠습니다. 이것은 '이 회사가 얼마짜리냐'를 계산하는 숫자입니다. 주식 시장에서 회사의 가치는 단순히 지금 이 순간의 수익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들일 돈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입니다. 문제는 그 '앞으로 벌어들일 돈'이라는 부분입니다. 이것은 추정이고 기대입니다.

AI 붐이 시작된 이후, 많은 기술 기업들의 주가는 AI가 만들어 낼 미래 수익을 지금 당장 가격에 반영했습니다. 어떤 기업이 올해 이익이 100원이라도, AI를 통해 몇 년 후에는 500원을 벌 것이라는 기대로 주가가 500원짜리 회사처럼 거래되는 식입니다. 이 구조는 기대가 충족될 때는 문제없습니다. 그런데 실적 발표에서 '전통 사업 부문 성장세가 예상보다 느리다'거나 '앞으로 비용 증가로 이익률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경영진 발언이 나오면, 그 미래 수익 추정치가 조정됩니다. 500원짜리 기대가 400원으로 내려가는 순간 주가는 크게 빠집니다. 회사가 나빠진 것이 아니라, 기대치가 현실화된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경영진의 신중한 발언입니다. 실적 발표에서 숫자보다 무서운 것이 말입니다. 'AI 투자는 계속하겠지만, 수익화(실제 돈을 버는 것)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말 한마디가, 투자자들에게는 '지금 주가에 반영된 AI 수익은 생각보다 늦게 실현된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이것이 '신중한 가이던스(guidance, 경영진이 발표하는 앞으로의 실적 전망)'가 주가를 흔드는 이유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패턴이 낯설지 않다는 겁니다. 기술이 실제로 세상을 바꾼다는 것이 사실이고, 수익화 속도가 기대보다 느리다는 것이 문제인 상황. 이 조합이 역사에서 어디에 있었는지는 다음 섹션에서 보겠습니다.

역사적 평행선 — 닷컴, 다크 파이버, 벤더 파이낸싱

역사는 반복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운율은 맞춥니다.

2000년 닷컴(인터넷) 버블을 기억하시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당시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기업들이 엄청난 양의 광섬유(인터넷 데이터가 지나다니는 케이블)를 땅에 묻었습니다. 수요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요. 이것을 '다크 파이버(dark fiber)'라고 불렀습니다. 실제로 켜져서 데이터가 다니는 것은 소수고, 묻혀만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 '어둠의 광섬유'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이 투자를 주도한 기업들, 월드컴과 글로벌 크로싱 등은 이후 파산했습니다.

AI 시대의 '다크 파이버'는 무엇일까요. 추정하건대, GPU(그래픽처리장치 — AI 연산에 특화된 반도체 칩) 중심의 데이터센터 인프라입니다.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같은 대형 기술 기업들은 수백억 달러, 한화로는 수십조 원 규모의 AI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 투자는 분명히 일부는 회수됩니다. 그런데 얼마나 빠르게, 어느 수준까지 회수될지는 아직 불명확합니다.

닷컴 버블 당시 또 다른 주목할 사례는 '벤더 파이낸싱(vendor financing)'입니다.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시스코(Cisco)라는 네트워크 장비 회사는 고객들이 자신의 장비를 살 돈이 없자, 직접 돈을 빌려줬습니다. '우리 장비 사세요, 대신 우리가 돈 빌려드릴게요.' 이렇게 하면 매출이 올라 보이지만, 실제로는 회수되지 않을 위험이 있는 대출을 깔고 있는 겁니다. 장사가 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외상 장부를 키우고 있는 구조입니다. 시스코 주가는 2000년 정점 대비 약 86%까지 떨어졌고, 그 정점 가격을 회복하는 데 20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SPAC(스팩 — 기업인수목적회사, 쉽게 말해 '일단 상장시켜 놓고 나중에 무엇을 살지 결정하는 회사')도 비슷했습니다. 2020~2021년, 실제 사업 없이 기대만으로 상장한 수백 개 SPAC 회사들이 주가를 수십 배 키웠다가, 금리가 오르고 기대가 현실과 충돌하면서 대부분 90% 이상 빠졌습니다.

이 역사들의 공통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기술 자체는 옳았다 — 인터넷도, 생명공학도, AI도 세상을 바꾸는 것이 맞습니다.
  • 기대가 먼저 달렸다 — 기술의 성숙보다 훨씬 빠르게 주가가 올랐습니다.
  • 수익화 타이밍이 문제였다 — 결국 돈을 버는 속도가 기대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 청구서는 가장 늦게 들어온 사람이 받았다 — 역사적 예외가 없습니다.

이번 주 기술주 실적 파고는 바로 이 패턴의 다음 장면입니다.

지정학이 기술주를 죽이는 경로 — 중동에서 나스닥까지

중동에서 총성이 울리는데 왜 미국 기술주가 빠지느냐, 처음 들으면 연결이 잘 안 됩니다. 경로를 단계별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1. 중동 분쟁 격화 → 원유 공급 불안 우려 → 유가 상승 —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격화되고 주변 산유국이나 해상 수송로가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아지면,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생깁니다. 수요는 같은데 공급 우려가 생기면 가격이 오르는 것은 기본 원리입니다.
  1. 유가 상승 → 인플레이션 압력 재점화 — 원유 가격이 오르면 휘발유부터 플라스틱, 화학제품, 배송 비용까지 줄줄이 가격이 오릅니다. 2022~2023년 고물가를 겪고 나서 가까스로 안정세를 찾아가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1. 인플레이션 우려 → 중앙은행 금리 인하 지연 — 미국 연준이 금리를 내리려면 물가가 안정돼야 합니다. 유가가 올라 물가 우려가 생기면, 연준은 금리를 내리는 타이밍을 뒤로 미룹니다.
  1. 금리 고착화 → 기술주 밸류에이션 압박 — 금리가 높다는 것은 미래의 돈이 현재 가치로 더 작아진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은행 예금 금리가 0%일 때 3년 후 100만 원을 벌 회사는 지금 거의 100만 원짜리 가치로 봅니다. 그런데 금리가 5%라면, 3년 후 100만 원의 현재 가치는 약 86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5%로 3년 운용하면 86만 원이 100만 원이 되니까요. 이것이 '현재가치 할인'의 원리입니다. 기술 성장주들은 지금 이익보다 먼 미래 이익을 보고 높은 가격에 거래됩니다. 금리가 높을수록 그 먼 미래 수익이 현재 가치로는 점점 작아집니다. 그래서 금리 인하 기대가 줄어들면 기술주 주가가 빠집니다.

이 경로가 '중동 총성 → 기술주 하락'의 메커니즘입니다. 직접적 관련이 없어 보여도, 금융 시장은 이 연결 고리를 매우 빠르게 계산합니다. 시장이 때로는 이성적으로, 때로는 과도하게 반응하지만, 이 연결 자체는 엄연한 논리입니다.

흔한 오해 두 가지 — 잘못 읽으면 비용이 따릅니다

이번 시장 상황을 보면서 투자자들이 흔히 빠지는 오해가 있습니다. 솔직하게 짚겠습니다.

오해 1. 'AI 기업들의 실적이 나쁜 것은 AI가 실패했다는 뜻이다'

아닙니다. AI 기술 자체의 발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실적 부진의 본질은 AI 기술이 나빠진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돈을 버는 속도가 주가에 반영된 기대보다 느리다는 것입니다. 새 지하철 노선이 개통되면 주변 집값이 미리 오르는데, 실제로 지하철이 달리고 이용객이 늘어나는 데 수년이 걸리는 것과 같습니다. 기대가 너무 빠른 것이지, 지하철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단, 이 오해를 반대로 읽는 것도 위험합니다. 'AI는 결국 잘 된다, 그러면 지금 사면 된다'고 단순화하면 안 됩니다. AI가 결국 성공한다 해도, 현재 주가에 얼마나 반영됐느냐에 따라 투자 성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닷컴 시대에도 '인터넷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말은 맞았지만, 2000년에 나스닥을 산 사람은 15년이 지나도 원금을 회복하지 못했습니다. 기술이 옳다는 것과 현재 주가가 적정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명제입니다.

오해 2. '지정학 위기는 단기 이슈다, 곧 해소되면 주가는 돌아온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지정학 위기가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는 두 가지 경로가 있습니다. 하나는 단기 심리적 충격(며칠~몇 주)이고, 다른 하나는 구조적 영향(수개월~수년)입니다. 이번 중동 긴장의 경우, 단기 충격보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 가격과 금리 경로에 주는 구조적 영향입니다. 분쟁이 '해결'된 것처럼 보여도,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금리 인하 기대가 계속 후퇴한다면 기술주에 대한 압박은 이어집니다. '지정학 뉴스가 사라졌으니 주가가 돌아왔다'는 것은 표면만 본 것입니다. 뿌리를 봐야 합니다.

반론과 한계 —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말의 무게

여기서 반론을 내놓겠습니다. 시장의 낙관론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같은 조정 국면이 오히려 매수 기회다. AI 장기 성장 스토리는 훼손되지 않았다.'

이 주장에 일부 근거가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실제로 AI 인프라에 대한 기업들의 지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AI 기술을 활용한 실제 서비스들도 매출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조정은 언제나 불쾌하지만, 결과적으로 저점에 산 투자자들이 수익을 낸 경우가 역사적으로 훨씬 많습니다.

그러나 '매수 기회'라는 말에는 조건이 붙어야 합니다.

  • 어느 가격에 사느냐 — 주가가 20% 빠졌어도, 원래 50% 고평가돼 있었다면 아직도 고평가입니다.
  •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느냐 — 닷컴 버블 후 기술주가 회복하는 데 15년 걸렸습니다. 이 기간을 버틸 수 있는 자금이냐는 투자자마다 다릅니다.
  • AI 수익화 타이밍이 정말 언제냐 — 이것은 솔직히 아무도 정확히 모릅니다. 추정만 있을 뿐입니다.

'매수 기회일 수도 있다'는 것과 '지금 사면 반드시 오른다'는 것은 전혀 다른 말입니다. 시장이 개인 투자자에게 청구서를 넘기는 가장 흔한 방식이, 'AI는 미래다'라는 확신 속에 고점에서 매수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투자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합니다. 다만 그 결정이 'AI는 미래다'는 명제가 아니라 '현재 가격에 얼마나 반영됐느냐'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독자가 추적할 신호들 — 청구서의 수취인은 누구인가

여우진 칼럼의 끝은 항상 같은 질문으로 돌아옵니다. 이 돈잔치의 청구서를 받을 사람은 누구인가.

앞으로 시장을 주시할 때, 다음 신호들을 추적하시길 권합니다.

첫 번째 신호. 빅테크 기업들의 AI 자본 지출(capex) 대비 AI 매출 비율. 자본 지출은 '미래를 위해 지금 쓰는 돈'입니다.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돈과, AI로 실제 버는 돈의 격차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위험 신호입니다. 이 숫자들은 분기별 실적 발표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신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치 변화. 파생상품(미래 가격에 베팅하는 금융 상품) 시장에서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하는 금리 경로를 나타내는 'CME FedWatch' 데이터가 공개됩니다. 금리 인하 기대 시점이 뒤로 밀릴수록 기술 성장주에 역풍입니다.

세 번째 신호. 브렌트유(국제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영국산 원유) 가격 추이. 중동 긴장이 유가에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보면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신호. AI 기업 실적에서 '수익화(monetization)' 관련 발언. '우리는 AI에 계속 투자한다'는 말과 'AI로 실제로 이만큼 더 벌었다'는 말을 구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영진이 구체적인 숫자(AI로 인한 매출 증가율, AI 서비스 구독자 수 등)를 제시하는지, 아니면 정성적인 표현('AI가 기대된다', 'AI 모멘텀이 강하다')만 반복하는지를 구별하십시오.

이 돈잔치의 청구서가 어디로 가느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이렇게 봅니다. 대형 기관 투자자들(대형 펀드, 연기금, 헤지펀드 등)은 이미 포지션을 조정하는 중입니다. AI 낙관론에 뒤늦게 올라탄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직접적인 청구서 수취인이 될 위험이 높습니다. 역사적으로 모든 자산 과열의 최종 청구서는 가장 늦게 뛰어든 사람에게 갔습니다. 닷컴도, SPAC도, 빠지지 않은 예외가 없습니다.

시장이 떨어질 때 '드디어 사야 할 때'라는 말이 넘쳐납니다. 그 말을 전하는 사람들이 어느 가격에 샀는지를 먼저 물어보는 것이 현명합니다.

Q. 독자가 던질 법한 질문

Q. AI가 결국 세상을 바꾼다면, 지금 기술주를 사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맞는 것 아닌가요?

A. 'AI가 세상을 바꾼다'는 명제와 '지금 주가에 얼마나 반영됐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인터넷도 세상을 바꿨지만, 2000년에 나스닥을 산 사람은 15년 이상 손해를 봤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기술이 좋냐'가 아니라 '현재 주가가 이 기술의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고 있냐'입니다. 후자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립니다. 기술의 방향성에 동의한다고 해서 현재 가격이 적정하다는 결론이 자동으로 따라오지 않습니다.

Q. 중동 위기는 항상 나왔다 사라졌습니다. 이번에도 지나갈 것 아닌가요?

A. 과거 중동 위기 중 상당수는 실제로 시장에 단기 충격만 주고 지나갔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중요한 것은 지정학 위기 그 자체보다, 그것이 유가를 통해 금리 인하 기대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분쟁이 표면적으로 해소되더라도 유가가 높게 유지되거나 인플레이션 압력이 남아 있다면, 기술주에 대한 금리 환경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위기 뉴스가 사라진다'와 '영향이 사라진다'는 다른 이야기입니다.

Q. 이런 변동성이 클 때 현금 비율을 높여야 하나요, 아니면 계속 보유해야 하나요?

A. 개인 투자자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하나의 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다만 이것은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변동성이 클 때 현금 비율을 높이는 것은 '더 낮은 가격에 살 기회를 기다린다'는 의미일 수도 있고, '이 변동성이 구조적 하락의 시작'이라고 판단하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전자라면 근거 있는 전략입니다. 후자라면 시장 방향을 맞추겠다는 시도인데, 역사적으로 시장 타이밍을 정확히 잡는 것은 전문가들도 실패합니다.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은 '지금 이 변동성이 왜 생겼고, 언제 해소될 조건이 무엇인지'를 설명할 수 있느냐입니다. 설명이 안 된다면, 시장을 이기려는 시도보다 시간 분산 매수(같은 금액을 정기적으로 나눠 사는 방식)가 역사적으로 더 안정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마무리 — 롤러코스터의 설계도를 읽는 법

한 주가 지나갔습니다. 지정학, 실적, 헬스케어, 경기 둔화. 네 가지가 한꺼번에 온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낙관론으로 가득 찬 주가가 현실과 충돌하는 방식은, 언제나 이처럼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옵니다. 하나의 호재로 올라간 주가는 여러 개의 악재가 모여야 내려옵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사람에게는 두 종류가 있습니다. 어디서 올라가고 어디서 내려가는지 구조를 아는 사람과, 그냥 올라타서 비명만 지르는 사람. 이번 주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숙제는 '다음 주 시장이 오를까 내릴까'를 예측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지금 어느 구간에 있는지, 그리고 청구서가 나에게 향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시장이 던진 경고등 네 개. 그 앞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이제 사야 하나요'가 아니라 '나는 이미 얼마짜리 기대를 샀는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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