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람의 타임라인 · 2026-10-28
AI, 이제 서버에서 방 빼고 우리 집으로 이사옵니다
AI가 머나먼 데이터센터를 떠나 내 노트북, 내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오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AI와 우리의 관계, 데이터의 주권, 그리고 디지털 일상이 근본적으로 재편되는 거대한 전환의 시작입니다.

“AI가 우리 곁에 온다는 건, 이제 AI의 '생활비'까지 우리가 걱정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죠.”
최근 레딧이라는 해외 커뮤니티에서 좀 기묘한 영상 하나가 화제였어요. 별거 아니에요. 그냥 노트북 웹 브라우저 안에서 실시간으로 영상에 자막이 달리는 영상이었죠. 그런데 개발자들, IT 좀 안다 하는 사람들이 난리가 난 겁니다. “이게 되네?” 하면서요. 왜 그랬을까요? 이게 그냥 ‘오, 신기한 기술’ 수준이 아니라, 우리가 AI를 쓰는 방식의 판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는 신호탄이었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우리가 썼던 챗GPT나 그림 그려주는 AI들은 전부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축구장만 한 건물에 빽빽이 들어찬 컴퓨터, 즉 ‘클라우드 서버’에서 돌아갔어요.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질문이나 명령을 인터넷에 띄워 보내고, 그 거대한 AI가 답을 계산해서 다시 우리 폰으로 보내주는 식이었죠. 마치 거대한 중앙 주방(클라우드)에 주문(데이터)을 넣으면, 거기서 요리(연산)를 해서 우리 집으로 배달(결과)해주는 배달 앱 같달까요. 편하죠. 하지만 배달비(서버 비용)가 들고, 배달 시간(지연)이 걸리고, 내가 뭘 시켜 먹었는지 배달 플랫폼은 다 알고 있죠(개인정보 문제).
그런데 이번에 화제가 된 기술은 이 패러다임을 깨부순 거예요. ‘LFM3-VL-2B’라는, 비교적 몸집이 작은 AI 모델을 ‘WebGPU’라는 기술을 이용해 우리 개인 노트북의 그래픽카드(GPU) 힘만으로 돌려버린 겁니다. 배달 앱을 쓰는 게 아니라, 우리 집 부엌에 최신형 에어프라이어(내 기기의 GPU)를 들여놓고 직접 요리(AI 연산)를 해 먹기 시작한 셈이에요. 이게 왜 중요한지, 이게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꿀지, 한번 제대로 파고들어 보죠.
AI가 우리 집으로 '전입신고'를 합니다
핵심은 AI가 ‘사는 곳’이 바뀐다는 거예요. 지금까지 AI는 실리콘밸리 어딘가에 있는 초고층 펜트하우스에 사는 존재 같았어요. 우리는 그저 가끔씩 메시지를 보내 안부를 묻는 사이였죠. 그런데 이제 AI가 우리 집 바로 옆, 혹은 아예 우리 집 안으로 이사를 오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걸 업계에서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또는 ‘엣지 AI(Edge AI)’라고 불러요. 말이 좀 어렵죠? 그냥 ‘내 기기 안에서 직접 돌아가는 AI’라고 생각하면 제일 쉬워요.
이게 가능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 기술이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 '가성비甲' 소형 AI 모델의 등장: 예전엔 AI 모델 하면 무조건 크고 무식하게, 수천억 개가 넘는 파라미터(AI의 지능을 결정하는 연결점 같은 것)를 때려 박는 게 유행이었어요. 덩치가 커야 똑똑하다고 믿었죠. 하지만 최근엔 LFM3-VL-2B(얘는 20억 개 파라미터예요)처럼, 덩치는 작아도 특정 임무, 예를 들면 이미지나 영상을 이해하는 것 같은 한 가지 일은 기가 막히게 잘하는 ‘전문화된 소형 모델’이 많이 나오고 있어요. 모든 요리를 다 잘하는 백화점 푸드코트가 아니라, 김치찌개 하나는 끝내주게 끓이는 동네 맛집 같은 거죠.
- 웹 브라우저의 '각성', WebGPU: 이게 진짜 물건이에요. WebGPU는 웹 브라우저(크롬, 엣지, 사파리 같은 거)가 컴퓨터의 숨겨진 힘, 즉 그래픽 처리 장치(GPU)의 성능을 직접 끌어다 쓸 수 있게 해주는 표준 기술이에요. 원래 GPU는 게임 그래픽을 쌩쌩 돌리려고 만든 부품인데, 알고 보니 복잡한 수학 문제를 엄청나게 빨리 푸는 데도 천재였거든요. AI 연산이 바로 이 복잡한 수학 문제의 연속이고요. 지금까지 브라우저는 이 GPU의 힘을 제대로 쓸 수 없어서 그냥 얌전한 정보 창구 역할만 했는데, WebGPU 덕분에 이제 브라우저 자체가 하나의 고성능 연산 플랫폼, 즉 ‘AI 구동기’가 될 수 있게 된 겁니다.
- 극한의 '다이어트' 기술, 양자화: 똑똑한 AI 모델을 만들었어도, 이걸 성능이 제각각인 개인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돌리려면 ‘최적화’라는 과정이 필수예요. 가장 대표적인 게 ‘양자화(Quantization)’인데, 쉽게 말해 AI 모델의 용량을 확 줄이는 다이어트 기술이에요. 고화질 대용량 사진 파일을 화질은 거의 유지하면서 용량만 줄인 jpg 파일로 바꾸는 것과 비슷해요. 이런 기술 덕분에 비교적 사양이 낮은 기기에서도 AI가 실시간으로 작동할 수 있게 된 거죠.
이 세 가지가 합쳐지니, ‘클라우드 서버 없이, 내 노트북 브라우저 안에서, 실시간으로’ AI가 돌아가는 마법이 가능해진 겁니다. AI가 드디어 우리 집으로 전입신고를 할 준비를 마친 셈이죠.
'클라우드 전세' 살이, 이젠 청산할 때가 왔나요?
그럼 왜 다들 이렇게 ‘온디바이스 AI’에 열광할까요? 기존 클라우드 AI 방식이 생각보다 불편하고 비싸고 찜찜한 구석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한마디로 ‘클라우드 전세살이’의 설움을 겪어본 거죠.
- 지갑 문제 (비용): 챗GPT 같은 서비스를 운영하는 데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요. AI를 한 번 돌릴 때마다 전기세, 서버 유지비가 계속 나가거든요. 개발자들은 이 비용을 ‘API 호출료’라는 이름으로 꼬박꼬박 냅니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죠. 이건 마치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월세 같아요. 반면 온디바이스 AI는 사용자의 기기 자원을 쓰니까, 개발자 입장에선 이 월세 부담이 확 줄어들어요.
- 기다림의 문제 (속도): 클라우드 AI는 내 요청이 인터넷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부 데이터센터까지 갔다가, 거기서 처리된 결과가 다시 태평양을 건너 돌아와야 해요. 아무리 빨라도 몇 초의 지연(latency)이 생길 수밖에 없죠. 실시간 통역이나, 자율주행차처럼 0.1초가 급한 상황에선 치명적일 수 있어요. 온디바이스 AI는 내 기기 안에서 모든 게 끝나니 이 지연이 거의 ‘0’에 가까워요. 주문과 동시에 요리가 나오는 수준이죠.
- 찝찝함의 문제 (개인정보): 이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크게 공감할 부분일 거예요. 내 사진, 내 대화, 내 의료 기록 같은 민감한 데이터를 AI 서비스에 넣을 때마다 ‘이거 서버에 저장되는 거 아냐? 누가 훔쳐보는 거 아냐?’ 하는 불안감이 있죠. 실제로 많은 AI 서비스들이 모델 개선을 위해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하기도 하고요. 온디바이스 AI는 데이터가 애초에 내 기기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아요. 내 집 부엌에서 요리하는데 누가 뭘 해 먹는지 알 길이 없는 것과 같아요. 프라이버시가 완벽하게 보장되는 거죠.
물론 클라우드 AI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거예요. 여전히 세상의 모든 지식을 담고 복잡한 추론을 하는 초거대 AI는 클라우드에 있어야만 하죠. 하지만 이제 모든 짐을 클라우드에 둘 필요 없이, 꼭 필요한 것, 자주 쓰는 것, 민감한 것들은 ‘내 방’에 들여놓을 수 있게 된 겁니다. AI와의 관계가 ‘전세’에서 ‘자가’로 바뀌는 전환점이랄까요.
| 구분 | 클라우드 AI (중앙 집중형) | 온디바이스 AI (분산형) |
|---|---|---|
| 비유 | 대형 배달 플랫폼의 중앙 주방 | 우리 집 주방의 최신 에어프라이어 |
| 연산 위치 | 원격 클라우드 서버 | 사용자 개인 기기 (폰, 노트북 등) |
| 장점 | 압도적인 성능, 방대한 지식 | 빠른 속도, 개인정보 보호, 비용 절감 |
| 단점 | 느린 반응, 높은 비용, 개인정보 우려 | 제한된 성능, 기기 사양에 의존 |
| 주요 사례 | GPT-4, Claude 3, Midjourney | 실시간 통역, 개인 맞춤형 비서, 오프라인 사진 분석 |
이게 처음은 아니죠: '분산'의 역사
사실 이런 흐름, 즉 거대한 중앙에서 개인들, ‘엣지’로 힘이 이동하는 건 역사적으로 반복되어 왔어요.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분산’과 ‘민주화’의 방향으로 흘러왔거든요.
1970년대를 생각해보세요. 그때 컴퓨터는 IBM 같은 거대 기업이 소유한 ‘메인프레임’이 전부였어요. 대학이나 연구소, 대기업만이 거대한 방 하나를 가득 채운 컴퓨터를 쓸 수 있었죠. 보통 사람들은 구경도 못 했고요. 그러다 1980년대에 애플과 IBM이 ‘개인용 컴퓨터(PC)’를 내놓으면서 모든 게 바뀌었죠. 모든 사무실 책상 위, 모든 가정에 컴퓨터가 놓이기 시작했어요. 컴퓨팅 파워가 중앙에서 개인에게로 ‘분산’된 겁니다. 그 결과 워드프로세서, 스프레드시트 같은 혁신적인 소프트웨어가 쏟아져 나오고 정보화 혁명이 일어났어요.
미디어는 어떤가요? 과거엔 KBS, MBC, SBS 같은 거대 방송국만이 전파를 소유하고 콘텐츠를 만들고 유통했어요. 우리는 그저 정해진 시간에 TV 앞에 앉아 그걸 소비할 뿐이었죠. 그러다 초고속 인터넷이 깔리고 유튜브가 등장하면서 어떻게 됐나요?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어 자신만의 방송을 만들고 전 세계로 송출할 수 있게 됐죠.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힘이 방송국에서 개인에게로 ‘분산’된 거예요.
온디바이스 AI와 WebGPU의 등장은 바로 이 역사의 AI 버전이에요. 지금까지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같은 빅테크 기업들만이 초거대 AI라는 ‘메인프레임’을 소유하고 우리에게 빌려주는 식이었다면, 이제 WebGPU라는 통로를 통해 우리 각자의 노트북과 스마트폰이 AI를 위한 ‘개인용 컴퓨터’가 되는 겁니다. AI 기술의 힘이 소수 빅테크의 데이터센터에서 수십억 사용자의 기기로 ‘분산’되는 역사적인 순간인 거죠. 이는 필연적으로 과거 PC 혁명이나 유튜브 혁명 때처럼,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종류의 AI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가 폭발하는 계기가 될 거예요.
그래서 뭘 할 수 있는데요? 웃프고 기특한 상상들
자, 그럼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보죠. 내 노트북, 내 스마트폰이 직접 AI 연산을 할 수 있게 되면 우리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몇 가지 상상을 해볼 수 있어요. 어떤 건 좀 웃프고, 어떤 건 꽤 기특해요.
- ‘딴짓 감시’ 없는 실시간 통역: 해외 파트너와 화상 회의를 하는데, 내가 하는 한국말이 브라우저 안에서 바로 영어 자막으로 착착 붙는 거예요. 내 대화 내용이 구글이나 MS 서버로 전송될 걱정 없이요. 친구랑 영상 통화하면서 실시간으로 얼굴에 웃기는 필터를 입히거나 배경을 바꾸는 것도 훨씬 자연스러워지겠죠. 데이터가 내 폰 밖으로 안 나가니까요.
- 시각장애인을 위한 ‘나만의 눈’: 시각장애인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면, “지금 전방 3미터에 횡단보도가 있고 신호등은 빨간불입니다. 왼쪽에는 자전거를 탄 사람이 다가오고 있어요”라고 실시간으로, 아주 빠르게 설명해주는 앱을 만들 수 있어요. 클라우드를 거치면 몇 초씩 걸릴 일이 내 폰에서 즉시 처리되니 정말 ‘실시간’ 보조가 가능해지는 거죠. 개인의 사적인 공간을 비추는 영상이 외부에 유출될 위험도 없고요.
- 진정한 ‘사생활 존중’ 스마트홈: 집 안의 보안 카메라가 움직임을 감지했을 때, 모든 영상을 클라우드로 보내서 “이건 그냥 고양이가 지나가는 거네요”라고 분석받는 게 지금 방식이라면, 앞으로는 카메라에 달린 작은 칩(엣지 디바이스)이 직접 판단해요. 고양이나 로봇 청소기는 무시하고, 정말 침입자로 의심될 때만 주인에게 알림을 보내는 거죠. 내 집 안의 사생활이 담긴 영상이 굳이 외부 서버에 저장될 필요가 없어져요.
- 개인정보 유출 걱정 없는 ‘옷장 분석’: 아침마다 뭐 입을지 고민될 때, 폰으로 내 옷장을 쓱 비추기만 하면 AI가 “어제 입었던 청바지에 새로 산 그 녹색 스웨터를 매치하고 흰색 스니커즈를 신어보세요. 오늘 날씨랑 잘 어울려요”라고 제안해주는 거죠. 내 옷이 뭔지, 내가 뭘 샀는지에 대한 민감한 정보가 광고 회사로 넘어갈 걱정 없이요.
- (웃픈 상상) 직장인을 위한 ‘실시간 개소리 탐지기’: 줌(Zoom)으로 회의하는데 부장님이 “우리 회사의 ‘밸류 프로포지션’을 ‘얼라인’해서 ‘아젠다’를 ‘디벨롭’하고 ‘팔로업’해서 ‘어젠틱’한 ‘아웃풋’을…” 같은 말을 할 때, 내 화면에만 살짝 ‘개소리 지수: 85%’라고 띄워주는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을 상상해봐요. 회의 내용이 서버로 가지 않으니 나만 알고 즐기는 거죠. 빡치지만 유용한, 현대 직장인의 필수품이 될지도 모릅니다. 웃프죠.
이 모든 상상이 ‘데이터는 내 기기 안에, 연산도 내 기기 안에서’라는 단순한 원칙 하나만으로 가능해지는 겁니다. AI가 더 똑똑해지는 것만큼이나, AI가 ‘어디서’ 작동하는지가 우리 삶의 질과 정체성을 바꾸는 중요한 변수가 되는 시대가 온 거예요.
물론, 아직은 '원룸' 신세입니다: 명확한 한계와 오해들
물론 장밋빛 미래만 있는 건 아니에요. 온디바이스 AI는 이제 막 독립해서 ‘원룸’ 살림을 차린 사회초년생 같아요.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명확하죠. 여기서 흔한 오해 두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해요.
오해 1: “그럼 이제 챗GPT 같은 초거대 AI는 다 망하는 건가요?”
전혀요. 이건 제로섬 게임이 아니에요.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AI는 서로를 대체하는 게 아니라 보완하는 관계가 될 겁니다. 동네 김치찌개 맛집이 생겼다고 해서, 온갖 산해진미를 다 내놓는 호텔 뷔페가 망하지 않는 것과 같아요. 각자의 역할이 다른 거죠.
- 클라우드 AI (호텔 뷔페): 최신 논문을 요약하거나, 복잡한 사업 전략을 짜거나, 세상의 모든 지식을 바탕으로 글을 쓰는 등, 엄청난 연산 능력과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한 작업은 여전히 클라우드의 몫이에요. 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 자체도 여전히 클라우드에서 이루어지고요.
- 온디바이스 AI (동네 맛집): 실시간 반응이 중요하고, 개인정보가 민감하며,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작업(영상 자막, 사진 분류, 간단한 질의응답 등)은 온디바이스 AI가 맡게 될 거예요. 빠르고, 안전하고, 저렴하니까요.
미래의 AI 서비스는 이 둘을 영리하게 섞은 ‘하이브리드’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아요. 평소엔 스마트폰 안에서 가볍게 돌아가다가, 정말 어렵고 복잡한 질문을 받으면 클라우드에 있는 ‘큰 형님’ AI에게 물어보고 답을 가져오는 식이죠.
오해 2: “내 폰이나 노트북이 구리면 말짱 꽝 아닌가요?”
네, 이건 정말 아픈 지적이고, 앞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어요. 온디바이스 AI의 성능은 전적으로 사용자 기기의 하드웨어, 특히 GPU 성능에 달려있거든요. 최신 아이폰이나 갤럭시, 고사양 게이밍 노트북을 가진 사람은 온갖 신기한 AI 기능을 마음껏 누리겠지만, 몇 년 된 보급형 스마트폰을 쓰는 사람은 아예 앱이 실행되지 않거나 엄청나게 버벅이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이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격차’, 즉 ‘하드웨어 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지금도 비싼 폰과 싼 폰의 카메라 성능 차이가 크지만, 앞으로는 ‘AI 연산 능력’의 차이가 기기 가격을 결정하는 더 중요한 요소가 될지도 몰라요. ‘AI 가속기 칩(NPU)’의 성능이 스마트폰의 핵심 스펙이 되는 거죠. 물론 앞에서 말한 ‘양자화’ 같은 모델 최적화 기술이 이런 격차를 줄여주는 역할을 하겠지만, 근본적인 하드웨어의 벽을 완전히 허물기는 어려울 겁니다. 내 기기가 AI 시대의 새로운 ‘계급’이 되는, 좀 씁쓸한 미래가 올 수도 있다는 뜻이에요.
우리가 추적해야 할 신호: '브라우저'가 모든 것의 중심이 된다
이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눈여겨봐야 할까요? 저는 ‘웹 브라우저’의 역할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봐요.
지금까지 브라우저는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도서관의 ‘열람실’ 같은 곳이었어요. 정보를 찾아보고, 영상을 보고, 물건을 사는 창구였죠. 하지만 WebGPU와 온디바이스 AI의 시대에 브라우저는 ‘공방(工房)’이자 ‘작업실’이 됩니다. 단순한 소비의 공간을 넘어, AI 모델을 직접 불러와 실행하는 생산의 공간으로 진화하는 거죠. 이는 마치 윈도우나 맥OS 같은 ‘운영체제(OS)’와 비슷한 역할을 하게 된다는 뜻이에요.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받듯,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만으로 고성능 AI 애플리케이션을 즉시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이는 비즈니스 모델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거예요. 지금처럼 AI를 쓸 때마다 돈을 내는 ‘API 호출’ 방식 대신, 강력한 온디바이스 AI 모델이나 앱 자체를 구독하거나 구매하는 방식이 더 많아질 수 있어요. 개발자들은 클라우드 서버 비용 걱정 없이 더 창의적인 AI 앱을 만들어 팔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죠.
결국 이 싸움은 ‘누가 최고의 온디바이스 AI 생태계를 만드느냐’의 싸움이 될 겁니다. 구글은 크롬과 안드로이드, 애플은 사파리와 iOS, 마이크로소프트는 엣지와 윈도우를 통해 자신들의 브라우저와 OS가 최고의 AI 플랫폼이라고 주장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겠죠. 우리가 앞으로 어떤 스마트폰, 어떤 노트북을 살지 결정할 때, 이 ‘AI 구동 능력’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Q&A: 독자들의 '찐' 질문들
Q. 그래서 제 구형 노트북에서도 저런 실시간 영상 자막이 되나요? WebGPU는 어떻게 켜는 건가요?
A. 일단 최신 버전의 크롬, 엣지, 파이어폭스, 사파리 브라우저는 대부분 WebGPU를 지원해요. 따로 켤 필요 없이 기본적으로 활성화되어 있을 확률이 높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브라우저가 아니라 노트북의 그래픽카드(GPU) 성능이에요. 지난 5~6년 안에 나온 웬만한 노트북이라면 기본적인 WebGPU 기능은 돌아가겠지만, 레딧 영상처럼 ‘실시간’으로 부드럽게 처리하려면 상당한 GPU 성능이 필요해요. 특히 내장 그래픽보다는 엔비디아(NVIDIA)나 AMD의 외장 그래픽카드가 달린 모델이 훨씬 유리합니다. 결론적으로, ‘돌아는 가지만, 쾌적함은 보장 못 한다’가 정답에 가깝겠네요.
Q. 개발자 입장에서는 뭐가 제일 크게 달라지는 건가요? 코딩 방식이 완전히 바뀌나요?
A. 네, 꽤 큰 변화입니다. 지금까지 웹 개발자들은 주로 화면에 보이는 부분(프론트엔드)과 서버에서 돌아가는 로직(백엔드)을 다뤘어요. AI는 보통 백엔드 너머의 ‘또 다른 세상’이었죠. API를 호출해서 결과만 받아오면 됐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웹 개발자가 직접 AI 모델을 브라우저로 불러와서, 사용자의 GPU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지 고민해야 해요. 모델을 최적화하고, 메모리를 관리하고, 연산 파이프라인을 짜는, 기존에는 게임 개발자들이나 하던 영역까지 알아야 하는 거죠. 허들은 높아지지만, 만들 수 있는 것의 상상력은 훨씬 커지는 셈입니다.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인 ‘TensorFlow.js’나 ‘ONNX Runtime Web’ 같은 도구들이 이런 변화를 돕고 있고요.
Q. 결국 이것도 구글이나 애플 같은 빅테크가 다 장악하는 거 아닌가요? ‘AI 민주화’라는 말은 너무 이상적인 것 같은데요.
A. 정말 날카로운 질문이에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맞아요, 결국 WebGPU 표준을 주도하고, 브라우저와 OS를 쥐고 있으며, AI 모델 개발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건 빅테크들이에요. 그들이 만들어 놓은 판 위에서 놀게 될 가능성이 높죠. 하지만 PC 혁명 때도 IBM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판을 깔았지만, 그 위에서 어도비, 한글과컴퓨터 같은 수많은 소프트웨어 강자가 탄생했잖아요? 유튜브도 구글이 소유했지만, 수많은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했고요. 온디바이스 AI는 빅테크에게 종속되는 길이 아니라, 그들의 플랫폼을 ‘이용해서’ 개인 개발자나 작은 스타트업이 거대 자본 없이도 기발한 AI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의 창’을 열어준다는 점에서 ‘민주화’라는 표현을 쓰는 겁니다. 물론 그 창이 얼마나 넓을지, 언제 닫힐지는 계속 지켜봐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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